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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막의 끝, 2막의 시작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3.12 15:33
  • 수정 2021.03.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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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고3을 지나 어느덧 캠퍼스를 거닐며 길을 헤매고 있는 새내기가 되었다. 원서 제출 직전까지 어떤 과를 지원해야 할지 고민하던 친구들과는 달리 나의 꿈은 비교적 뚜렷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국어국문과를 선택하였다. 한국어 교사라는 꿈을 꾸기 시작한 1학년의 나는 막연히 선생님의 권유로 청소년 기자단에 가입하고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교내 기사를 작성하고 신문을 제작하는 작은 기자단으로만 받아들였던 나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청소년 기자단으로서의 경험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중학생 티를 벗지 못한 나에게 ‘눈’을 선물하였다.


기억하고 있는 첫 번째 외부 취재 활동은 완도군수를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신우철 군수를 인터뷰하며 인구의 고령화가 높은 완도군의 청소년 복지에 대한 문제점, 다양한 교육 기회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문을 하며 진지하게 인터뷰에 참여했던 경험은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이 인터뷰는 교육의 대상인 학생들이 아닌 학부모와 교직원의 목소리로 인해 움직이는 한국 교육계에서 어리다고만 여겨지는 우리의 이야기를 누군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질문에 대한 답변이 돌아온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깨닫게 하였다. 또한 전남도교육감을 인터뷰하며 고교학점제에 대한 질문을 하자 ‘이렇게 날카로운 질문을 할지 예상하지 못하였다’는 반응을 보며 사회에서 학생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이 경험들을 발판으로 청소년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이를 표현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라는 깨달음을 얻고, 사회에 청소년으로서 어떤 영향력을 선사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을 뜨게 되었다. 어리게만 여겨지던 우리들이 사회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이는 사회적 영향력뿐만이 아닌 나의 정체성과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에서 내가 어떤 이가 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기회들을 지나쳐간다.

 


하찮게만 보았던 것들이 나를 변화시키기도, 중요하게만 여겼던 것들이 알고 보면 별 의미 없던 것들이 되곤 한다. 하지만 이 사실들은 스스로 경험해 봐야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아직 나에게는 끝이 보이지 않는 수많은 기회들과 경험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숲은 나만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미 손 안에 있었지만 잡지 않아 후회했던 기회들은 모두 고등학교 시절에 가득했다. ‘어디를 가든지 마음을 다해 가라.’는 공자의 말처럼 청소년 기자단이든 인문학 강의이든 무엇이든 잡을 수 있는 기회라면 하찮게만 보지 말고 또 하나의 성장 발판이라 생각하면 미래의 나는 더욱 멋진 모습으로 빛나고 있지 않을까?

 

김지현/대학생

 

김지현 양은 완도고 재학 중 본보 청소년기자로 활동했으며, 2021학년도 서울여대 국어국문과에 입학한 새내기다. 모두가 잠든 사이, 별들의 가장 깊은 시간 속으로 날아가 별빛이 감춰놓은 그 신비로운 반짝임을 가져와 누군가의 가슴에 뿌려 그 가슴이 반짝반짝 빛나게 해 주는 아름다운 국문학도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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