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자잘한 꽃잎들이 무수하게 얼굴을 비비는 순간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04.09 11:18
  • 수정 2021.04.09 15:5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월의 봄처럼 소리 없이 한꺼번에 피우다가 말하지 못한 이야기. 시간의 끝을 모여 있다가 다시 떠나는 사람.

 언제나 옆에 두어도 그리움은 나그네처럼 또 떠나고 사월의 봄은 가슴을 붉게 펴 하얀 꽃으로 떠나는 사람.

 열정 하나로 꽃을 보고 눈시울 한 방울로 한 사람의 운명을 보았다. 그 쓸쓸함이여 그 외로움이여 그 눈빛 속에 영원히 빛나는 순간을 보았다.

 사월의 봄빛은 한 마음으로 부서지는 그 아래서 노래를 부르게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강가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우수에 젖는다. 돌단풍이 피는 날 피아노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조용히 글을 쓴다. 언제나 첫 마음으로 피었는데 그것이 따뜻한 운명이 될 줄이야. 굳어버린 돌 틈에서 눈물을 젖게 한 돌단풍.

 여기서 어느 날 갑자기 기다리고 있는 너. 우리는 이게 순간적인 만남도 아니다. 서로 뜨거운 눈물이 되고 싶어 그 먼데에서 왔는데 너는 그렇게 가깝게 있었나. 단풍꽃은 하늘을 받치고 너를 만난 그곳은 온통 꽃이 되었다.

 이런 기쁨이 함부로 생겨나지 않아 쓸쓸히 눈물짓는 날이 더 많았다. 오늘 눈물꽃이 한꺼번에 피우기 봄 햇살은 부서지고 있었나. 돌단풍은 산골짜기의 물가 근처에 있는 벼랑이나 바위틈에서 자라며 살이 찐 뿌리줄기는 바위 틈새로 벋어나간다.

 잎의 모양이 단풍잎과 비슷하고 바위틈에서 자란다고 하여 "돌단풍"이라고 부른다. 꽃은 4월에 핀다. 심장박동이 너무 빠른 것을 느리게 하는 작용, 강심작용, 이뇨작용, 봄나물용으로 쓰인다. 무심히 보인 것도 오늘의 꽃. 자세히 보는 것도 오늘의 꽃. 봄길을 천천히 걸으며 봄 하늘도 보고 봄의 새소리도 각별하게 들어본다. 언제나 그 길을 가고 있지만 다시 보이는 꽃은 사뭇 다르다. 작년 돌단풍과 올해 단풍이 다르다.

 당연히 느낌이 변했으니 꽃에 생각도 달라졌을 것. 변화는 걸어야 생기고 가끔 멈춰 작은 들꽃을 유심히 본다. 오늘 돌단풍을 보는 것과 같이. 조용히 걸으며 나만의 나그네 되고 방랑자가 된다.

 길가에 들꽃들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길을 걷는다.

 내 마음속에서 작은 변화를 들으면서 아무 욕심 없이 걷는다. 사월의 꽃들과 느닷없이 마주침. 순간 번뜩이는 열정. 서로 가는 길이 달라도 인생을 사랑하고 그 의미를 조용하게 부여하게 됨이 거의 같을 것이다. 사월의 돌단풍 그 자잘한 꽃잎들이 무수하게 얼굴을 비비는 순간만이 가장 깨끗한 풍경이다. 인생은 그 먼데에서 왔지만 사랑의 기쁨은 그렇게 가깝게 있을 줄이야.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