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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군수,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1.04.16 16:42
  • 수정 2021.04.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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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완도군의 집행부는 군수를 중심으로 약 1천 여명(비정규직 포함)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조직은 3개국과 15개과 직속기관 2, 사업소 1, 읍면 12(읍 3, 면 9), 출장소 2 등이다.
이처럼 방대한 조직을 이끄는 군의 최종 책임자는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직접 선출한 군수이고, 군수를 보좌하여 실국장 이하 산하 직원들을 지휘·통솔하는 자리는 부군수로, 조직 내에서는 일인지상 만인지하(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중요한 자리다. 지방자치법 제110조에서 '부군수는 일반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되, 군수가 임명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임명권자인 군수가 자신이 원하는 공무원을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하고, 관례적으로 도지사가 해당 군수와의 형식적 협의를 거친 후 부군수 후보를 정해서 해당 군으로 전출시키는 방식이 일반적인 경우다. 이는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1995년 이후 관례라는 이름으로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고 있는 구태이자 악습이다.
4급 서기관으로 보임되는 부군수는 어떤 권한을 갖고 있고, 어떤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대우를 받고 있을까?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단체장의 권한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보좌하여 사무를 총괄하는 권한(제110조 제5항)과 조직구성원이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부단체장이 이를 지휘·감독하는 권한(제111조 제5항)을 갖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이 궐위된 경우·공소 제기된 후 구금상태에 있는 경우·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에 60일 이상 계속하여 입원한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을 대행한다(제111조).


부단체장의 기능은 행정의 전문성을 함양하여 자치단체장을 보좌하는 '행정적 보좌기능', 정책추진에 있어 발생하는 이해관계 조정, 시책 홍보,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과의 유대적 관계 형성 등과 관련한 능력인 '정치적 보좌기능', 중앙정부 또는 광역자치단체 등의 상급기관과 자치단체장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매개자적 보좌기능' 및 자치단체장의 전횡을 직업공무원인 부단체장이 견제하는 '견제기능'을 갖고있다. 군  집행부의 2인자라는 막강한 자리에 있는 부군수에게 주어지는 외형적인 대우는 별도의 독립된 사무공간과 관사가 제공되고, 전용차와 운전기사·비서가 배치되어 업무를 보좌해주고 있다. 이는 같은 4급(서기관)인 국장들에 비해 확연히 비교되는 대우라고 볼 수 있다.


부군수의 여러 권한과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권한은 조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사와 회계 분야의 최고 책임자라는 점이다. 인사업무를 총괄하는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고, 회계분야에서는 경리관의 직을 맡고 있다. 이처럼 겉으로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임명권자인 군수의 지시를 군수가 의도한대로 충실히 수행하는 아바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유는 군수가 임명권을 갖고 있어 군수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에는 그 자리를 온전히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부군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통해 부군수로서 담당해야 할 여러가지 기능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소신껏 수행하기 보다는, 임명권자인 군수나 자신을 부군수로 보내준 도지사의 눈치를 보고 비위를 맞추는 일에 충실함으로써 자리를 지키는 일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3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면서 필자가 경험했던 여러 명의 부군수들은 도청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서 1년 남짓 근무하다가 다시 도청으로 돌아가는 철새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재임기간동안 개인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여 조직의 안정과 지역의 발전 및 도청과의 가교 역할을 위해 자신의 소신과 능력을 다해 일했다기 보다는, 군수의 눈에 벗어나지 않고 직원들로부터 욕을 먹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중립을 유지해서 무사히 근무를 하다가 다시 자신들이 근무했던 도청으로 되돌아가는데 더 많은 신경을 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군 집행부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부군수는 행정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주민의 다양한 행정 수요를 정책에 반영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면에 한계에 직면해 있다. 군민에게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서는 현재 부군수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지방분권시대 지방자치제의 정착을 위해서는 지역실정을 잘 알고 조직의 안정과 발전에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인재를 발탁할 수 있도록 제도의 변화와 개선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승창/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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