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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의 조그만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꿈꾸며

주민과 자치단체의 목표를 일체화(Alignment) 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 김정호 kjh2580@wandonews.com
  • 입력 2006.12.29 04:26
  • 수정 2015.11.16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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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말에 “평양 감사도 제 하기 싫으면 그만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아무리 중요한 일을 맡았다 하더라도 정작 본인이 원하지 않은 일을 맡았다면 그 일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개인의 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도 마찬가지다. 지역개발사업이 아무리 지역 발전을 위하는 일이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소득증대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주인인 지역주민이 원하지 않은 목표를 세워놓고 억지로 따라 오기를 강요하면서 일을 추진하게 되면 주민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반대에 부딪혀 결국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좌절하게 되고 말 것이다.

 

 지방 행정과 정치에 주민들을 참여시키고 지역주민의 뜻을 모아 지역을 발전시킨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민선지방자치시대가 개막되어 십 수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 지역개발사업들이 지역을 위하는 일이라는 미명 하에 사업진행과정에서 사전에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자치단체가 계획하는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부쳐 주민들의 반발과 저항을 일으키게 되고 갈등의 골만 깊게 패이게 만들며, 자치단체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증폭시켜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사업추진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과 저항에 부딪혀 사업추진이 지연되거나 취소되어 많은 예산을 사장시키거나 낭비하는 행정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과거 군주국가시대나 개발독재시대에 국가가 국민들에게 시혜를 베풀 듯이 주인인 주민들의 뜻을 무시하고 배제하는 공무원의 권위주의 의식이 잔존해 있어 지역주민들의 서로 다른 다양한 목소리를 합치시키는 의견수렴과정을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완도군에서 군외면 삼두리 동백나무 군락지 일대에 시설을 추진하고 있는 “세계 희귀새 공원 조성사업”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싱가포르 ‘주롱 새공원(Jurong bird park)’의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계획대로 조성이 된다면 지역의 관광명소로 외지 관광객 유치에 일조하여 군민의 소득증대와 지역 발전에 많은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사업은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주민 대다수의 반대에 직면하여 사업추진이 출발부터 삐거덕거리는 불협화음이 들려오고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주민간담회에서 밝혀진 것처럼 주민들이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십여 년 전 청소년수련원 공사 추진과정에서 있었던 행정에 대한 불신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또 다른 이유는 사업추진과정에서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삼두리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데서 찾을 수 있다.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그 일이 아무리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과정을 생략하거나 소홀히 한 체 결과만 가지고 잘 잘못을 가리는 경향이 종종 있는데, 결과만이 모든 것을 웅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좋은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정도 중시해야 한다.

 

이유는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 계획대로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경제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단점이 있음에도 이를 감수하면서 의사결정과정에서 구성원의 각기 다른 생각과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게 하고 이를 폭 넓게 수렴하여 서로 상충되는 부분을 조합해내는 것처럼 과정과 절차를 중시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겉으로만 주민을 상전으로 모시겠다는 인기에 영합하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구호를 외치는 것 보다는 마음속으로부터 주민의 뜻을 겸허하게 수렴하여 행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내실 있는 공무원의 행태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보다 성숙된 지방자치를 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 상호간의 관계가 상대방을 불신하는 대립과 갈등구조로 몰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가는 우를 범하는 것 보다는 상대방의 존재가치를 인정해주고 의견을 존중하여 서로를 신뢰하는 화합의 시대로 가야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원인 주민들의 생각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면서 이를 통해 자치단체장의 치적을 달성하고자 목표를 세우고 일을 추진한다면 주민들은 얼마가지 않아 행정기관과 자치단체장에게서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반면에 동일한 목표를 향해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뜻을 모아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간다면 모두가 Win-Win 하는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잘 사는 풍요로운 고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바탕으로 주민의 목표와 자치단체의 목표를 일체화(Alignment) 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