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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할머니와 천연기념물 원앙과 달콤한 사랑

친환경에서 상생의 길가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06.12.29 15:41
  • 수정 2015.12.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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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나리 할머니와 원앙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천연기념물 327호로 지정된 야생 원앙 한 마리와 무공해 미나리농사를 짓는 할머니가 함께 공존하며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어 화제다.

 

이 화제의 주인공은 조공례(79)할머니로 현재 완도읍 농어민문화체육센터 정문 앞 도로 건너편에 보이는 노두리 아래마을에서 셋째아들 내외와 손자들과 함께 살면서 할머니는 미나리농사를 짓는다.

 

조씨 할머니가 미나리 농사를 짓게 된 계기는 30여년전 집 앞에 버려져 있던 늪지 200여평에 미나리를 심은 것이 계기가 되어 농사를 시작하던 것이 벌써 30여년이 훌쩍 지났다.

 

현재 조씨 할머니는 미나리 밭에서 하루 평균 2만원에서 3만원 벌이를 하고 있다.“이 미나리는 농약을 전혀 안 해요.” 그래서 조씨 할머니의 미나리는 상인들 사이에 깨끗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고 이웃 아주머니가 기자에게 말해 준다.

 

조씨 할머니와 원앙의 만남은 올 3월, 자신이 농사짓는 미나리밭 부근에서 알을 하나 발견하고 집어들었다. 하지만 큰 구렁이 알이 아닐까 겁이 덜컹 나 들었던 알을 두고 황급히 돌아왔다.

 

 그 알이 원앙의 알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나리를 채취해 다듬는 곳에 암컷 새끼 원앙 한 마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원앙이 어디서 왔는가를 정확히 본 사람은 없다. 하지만 조씨 할머니 미나리 밭에 농약을 하지 않아 다른 곳 보다 먹이가 풍부해 원앙이 살기 좋은 조건으로 이 곳에 터를 잡았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이다.

 

지금도 처음 본 사람은 많은 경계를 하지만 할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도 일정한 거리에 유지 했다. 조씨 할머니는 미나리에서 잡은 벌레를 원앙에게 재미삼아 던져줬다. 원앙도 벌레를 곧잘 받아먹었다. 할머니는 벌레를 억지로 죽이는 번거로움을 원앙이 해결해 줬다. 또, 심심찮은 동무가 되기도 한 원앙은 할머니에게는 일석이조였다.

 

잦은 만남과 교류로 할머니의 해코지가 없음을 알아차린 원앙은 만나는 횟 수 만큼 서서히 경계를 풀어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될 동지가 됐다. 원앙은 날마다 미나리를 다듬는 할머니 주위를 맴돈다. 배가 고프면 소리를 질러 먹을 것을 요구해 얻어 먹는다.

 

배가 부르면 미나리 씻는 큰 물통에 들어가 헤엄을 치며 애교도 부린다. 조씨 할머니에게 가까운 친구이자 애인으로, 벌레를 처리해주는 동업자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하루 종일 할머니와 함께 한 원앙은 할머니가 집에 들어가면 인근 늪지로 들어가 잠을 자고 날이 새면 할머니보다 일터에 먼저 나와 반갑게 맞는다.

 

6개월 동안의 만남을 통해 조씨 할머니는 이제 원앙과 정이 많이 들었다. 원앙이 보이지 않으면 할머니가 찾아 나서고 할머니가 없으면 원앙이 할머니 일터를 배회하며 할머니를 기다린다.

 

조씨 할머니는 “원앙이 보여야 맘 놓고 일을 해” “행여 원앙이 보이지 않으면 손에 일이 영 잡히질 않아” 가수 구창모씨가 부른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네’ 노래가사처럼 원앙이 할머니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마을사람들도 미나리밭을 지날 때마다 할머니에게 원앙 안부를 묻는 게 당연시된 인사법이다. 마을 사람들과 인근 주민들은 원앙과 조씨 할머니를 지켜보면서 자연과 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과정을 직접 체험으로 터득해 가고 있다.

 

하지만 요즘 원앙으로 인해 할머니식구들은 걱정꺼리가 생겼다. 원앙이 할머니가 주는 벌레와 먹이에 길들어져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게 될까 은근한 걱정이다. 또, 6개월 동안 다 자란 원앙 짝을 찾아주어야 하는데 수컷 찾기가 영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이보다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완도읍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이 몇 차례 자신이 기르던 원앙이라며 잡아가겠다고 그물을 가지고 설치는 바람에 할머니와 가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몇 년 전까지 인근 대성병원 아래 늪지에서 원앙이 서식했기 때문에 가까운 이 마을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또, 6개월 전 새끼 때 조씨 할머니를 찾아 함께한 원앙이 설령 자신의 것이라고 해도 잡아가겠다고 우기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원앙이 환경이 좋은 늪지대에서 자유스럽게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만큼 할머니와 원앙의 관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민여론이다.

 

물론 조씨 할머니 가족들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원앙을 강제로 잡으려 한다면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을 임의로 포획하거나 기르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만약 포획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2천만원이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원앙은 오릿과의 물새로 몸길이 43cm가량 크며, 수컷의 몸빛은 여러 가지이나 암컷은 갈색이다.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암수가 늘 함께 다녀 금슬 좋은 부부를 비유하고 길조로 여긴다.

 

우리나라 중국·일본 등지에 분포한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보호를 받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완도일원 늪지에서 자주 보였던 원앙이 환경오염으로 최근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해 많이 볼 수 없어 안타깝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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