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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 잃은 노인이 익사직전 어린생명 구해 잔잔한 감동

  • 김정호 kjh2580@wandonews.com
  • 입력 2006.12.29 02:54
  • 수정 2015.11.0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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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채숙 할아버지가 익사직전의 어린생명을 구하기 위해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했다.


왼쪽 팔을 다쳐 장애를 앓고 있는 노인이 자신의 처지를 돌보지 않은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했다.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어린아이를 보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익사직전의 어린생명을 살렸다. 한쪽 팔도 성치 않은데 구하는 과정에서 물 속에 있는 바위에 왼쪽 발까지 심하게 다쳐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노인은 현재 동백리에 살고 있는 김채숙씨로 68세의 고령에 오른 팔을 쓰지 못하는 2급장애인으로 알려져 자신만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교훈과 아울러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바다 1년 농사를 시작하는 미역, 다시마양식철로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불편한 손에 이어 발까지 다친 것을 안 마을사람들이 너도나도 김 노인을 돕기로 작정하고 나서 마을공동체가 새롭게 돋아나고 있어 주위로부터 부러움도 사고 있다. 

 

 마을주민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오후 5시경 동백리 바닷가 수문 앞에서 놀던 이 마을  최상우군(4세)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 이 마을 송순남(38)주부가 발견하고 주위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큰소리치자 가까운 양식발에서 작업 중이던 김 노인이 재빨리 사고현장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김 노인은 상우군이 허우적거리고 있는 물속으로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신념하나로 뛰어들어 어린생명을 살려냈다. 김 노인은 최군을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 때 바위에 자신의 왼쪽 발을 심하게 다쳤다는 것을 상우군을 구하고 나서야 알수 있었다.

 

“물속에서 나와 걷지를 못하겠습디다.” “그래서 다리를 보니 다리가 부러졌드라고오.” “인자 다 늙은 몸뚱아리 상처 좀 나면 어짜것소 그 놈(상우군)이 살었응께 얼마 다행이요” “헌디 미역포자도 감어야하고 바뻐죽것은디 병원에서 3개월이나 누워있으랑께 답답해 죽것소” “그라고 어린애가 물에 빠져 죽을란디 나말고 누구라도 구할라고 했을 것이요.” 주변에서 호들갑을 너무 떤다는 김 노인의 말이다. 

 

현재 김 노인은 마을주민들의 도움으로 광주 호남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고 825호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상우군의 아버지 최석철(42)씨는 “먼저 무어라 감사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신체적 장애를 앓고 계신 분이 자기의 몸을 돌보지 않고 다른 생명을 구하기 쉽지 않을 텐데 아들을 구해줘 감사할 따름입니다.” “현재 동네사람들이 바쁜 일손을 놓고 김 노인의 일을 돕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어요.”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동네 모든 분들께도 감사할 뿐입니다.

 

최씨는 4년전에 귀어(歸漁)를 결심했다. “상우를 낳고 고민했습니다. 도시의 각박한 생활보다 환경이 좋은 고향에서 키우겠다고요.” “상우는 이번에 아버지고향이고 내 고향이기도한 동백리에서 다시 태어난 겁니다.” 이 번 사건은 귀농을 결심한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검증하는 계기도 됐다. 상우군의 아버지 최씨는 김 노인뿐만 아니라 마을 어르신들을 친아버지처럼 생각하며 공경하고 마을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뒤 늦게 소식을 전해들은 주변사람들은 그 양반이 본래 해병대출신으로 평소에 의협심이 강하고 동네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하는 사람이라 어떤 상황이라도 자신보다 남을 위해 헌신했을 것 이라고 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김 노인의 정신을 본받아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이 회복됐으면 좋겠고, 군행정은 좀더 안정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됐으면 한다는 말도 덧 붙였다.

 

김 노인은 지난 10여년전에 사고로 오른쪽 팔을 다쳐 장애인 2급판정을 받았다. 오른쪽 팔은 거의 사용할 수 없이 10여년을 넘게 한 손으로 생활해오다 지난 달 30일 상우군을 구하기 위해 물속에 뛰어들어 바위에 왼쪽 발을 다쳐 3개월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본지 제579호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