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지역의 인재 키우는 일, 무엇보다 우선이다.

  • 김정호 kjh2580@wandonews.com
  • 입력 2007.01.17 00:54
  • 수정 2015.11.16 12:2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재육성은 지역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일이다.

 

 먼 앞날까지 미리 내다보고 세우는 크고 중요한 계획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하고, 인재를 키우는 교육을 일컬어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일이라고 한다. 민선시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자치단체들이 앞 다투어 교육 살리기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동안 중앙정부가 교육 평준화를 내세우며 규제에만 급급하고 있을 때 자치단체에서 지역의 인재를 육성하여 인구유출을 막고 지역발전을 꾀하기 위해 “우리 지역의 교육은 우리 스스로가 살리겠다.”는 취지이다.

 

 우리 지역에서는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실시되기 이전인 1993년에 완도 명문학교 만들기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장학사업은 불과 일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많은 군민들과 출향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20억 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이후 군비의 추가 출연 등으로 2005년까지 조성한 기금은 53억 2천만 원에 달하고 있다.

 

 장학기금의 효율적인 운영과 관리를 위하여 1994년에 조례를 제정하여 명문학교 육성사업을 추진하였고, 도서 출신 학생들이 안심하고 숙식을 해결하면서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군립도서관에 청해학숙을 열었다.

 

이밖에도 조성된 기금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입을 재원으로 운용기금을 마련해 1994년부터 2004년까지 3,821명에게 29억 1천 8백만 원의 각종 장학금을 지급하여 지역의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았다.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로 장학사업 초기에는 교육현장인 학교에서도 면학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역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관선 군수의 열정과 넓은 안목으로 다른 지역보다 먼저 시작했던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사업이 민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사업이 확대되어 발전해 나가고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열기는 시들었고 기금의 규모는 정체상태에 있는 등 사업이 전반적으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운영실적도 이런 저런 이유로 내고장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진흥사업의 내실 있는 추진을 통하여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다는 당초의 장학기금 조성 취지와는 달리 운영기금이 지역이기주의 등으로 인하여 나누어먹기 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처럼 파행적인 운영으로 인해 대표적인 장학사업인 명문학교 만들기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도서지역 학생들에게 학습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공간으로 문을 열었던 청해학숙은 완도고등학교에 기숙사 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어 그 활용도가 떨어짐에 따라 오래 전부터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체 장기간 비어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기존 시책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보완이 필요하다.

 

 지난 9일 김종식 완도군수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교육복지 실현을 위해 ‘장보고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장학 혜택을 확대하고, 기존 시설물의 리모델링을 통한 영어마을 조성과 명문학교 만들기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완도군은 지역의 인재를 키우고 지역 내 각급 학교의 교육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일을 담당하는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또, 2006년 2월 6일에는 완도군 교육환경 개선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 공포했으며, 2007년도 예산에 완도군장학진흥기금 출연금으로 군비 4억 5천만 원을 확보했다.

 

 장학사업과 관련하여 그동안의 완도군의 노력에 딴죽을 걸거나 재를 뿌리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책을 개발하고 기구를 만드는 것만이 모든 과제를 해결하는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 새로운 시책을 만들고 기구를 만드는 일보다 우선해서 해야 할 일은 기존 시책을 추진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보완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서 정책목표의 달성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하고, 추진과정에 많은 군민과 출향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장학사업 운영상황을 보면 1993년 처음 시작한 완도군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사업은 1999년에 시작하여 60억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한 인근 해남군과 비교해 보면 특별하게 내세울만한 실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완도군의 내고장 인재육성 장학사업 추진계획의 운영상황을 살펴보면 12종의 사업에 5억 7천 4백만 원을 지원하게 되어 있어 전체적인 면에 있어서 사업의 규모에 비해 종류가 너무 많아서 방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중 핵심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명문학교 만들기 사업으로 완도고등학교에 지원하고 있는 예산은 전체의 17%인 9천 9백만 원에 불과한 실정으로 이런 규모 지원은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는 명문학교로 발돋움하기에는 부족하여 실질적인 지원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반면 인근 해남군의 경우 전체 운영예산의 50%를 명문학교 육성 지원금으로 집행하도록 조례로 명시하고 있다 . 또, 이를 바탕으로 매년 3억 원을 해남고등학교에 집중 투자하여 우수학생 유치와 우수지도교사 격려금 지급 및 교사초빙 · 자모회 운영 · 기숙사 운영 등 교육환경 개선 지원에 사용하고 있어 우리 군과 많은 대조를 이룬다.

 

 완도군과 인근의 해남군 · 강진군의 장학재단 운영실태를 비교해 보면 운영방식과 운영주체 · 운영진 · 사업내용 등에 있어서 비슷한 듯 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특히 운영방식에 있어서 강진군은 별도의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장학재단 운영진의 참여 범위도 군마다 다소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사업내용의 경우 해남군의 명문학교 육성사업은 완도군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부분들은 향후 출범 예정인 ‘장보고 장학재단’의 경우도 운영주체와 구성원을 누구로 할 것인지와 사업내용 등에 대해서는 해남군과 강진군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사례를 참고하여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완도군 장학기금은 세월이 흐르면서 조성 당시와는 달리 경제여건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운용금의 주요 수입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자수입은 그 이율이 낮아져 장학사업에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기금관리는 이율이 높은 예금으로 군 금고에 예치 관리하도록 조례에 규정되어 있으나 지금처럼 이자율이 낮은 여건에서는 원금의 이자수입만으로는 효율적인 장학사업과 교육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므로 장학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기금관리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선행되어 할 것이다. 그리고 장학기금의 확대 조성과 운영수입금의 증대를 위한 새로운 대안의 검토가 필요하다.

 

새롭게 설립을 추진 중인 ‘장보고 장학재단’을 만든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일시에 다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장학재단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군민과 출향인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장학기금 모금운동을 유도해서 관심을 고조시켜야 하고, 모금된 기금의 합리적 사용을 위한 투명한 운영방안의 모색이 필요하다.

 

기존의 장학기금 운영이 기금이 모금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고장 명문학교 육성 등의 대표적인 사업이 목적하는 만큼의 효과나 관심을 끌어내지 못해 새롭게 도약하려는 ‘장보고 장학재단’에 대해서도 참여를 외면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보고 장학재단’이 우리의 미래이자 백년대계인 지역의 인재육성을 위한 추진동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사업추진과정에 많은 군민과 출향인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폭 넓게 수렴하여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군민과 출향인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인재육성을 통한 백년대계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