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장도 당제는 바람이 매서웠다. 기온도 영도에 가까워 꽃샘추위라는 말이 딱 맞았다. 그래도 장좌리 사람들은 길굿으로 길을 열어 썰물이 진 바다를 건너 장도로 들어갔다. 수백 년을 이어서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거나, 바람이 불거나 한결같이 음력 정월 보름날 새벽에 바다 한복판에 난 길을 따라서 마치 종이 위에 먹물이 듬뿍 묻은 붓으로 선을 그은 듯 검게 가라앉은 바다 위로 흰 옷 입은 풍물패들이 지나갔다. 사물소리를 앞세우고, 길라잡이는 춤으로 길을 열어 장도로만 들어갔다. 갈지자를 그리며 동네 사람들 몇몇이 뒤를 따르고 멀리
11월이 지나서 바닷물이 차가와지면 바닷것들은 싱싱하고 건강해진다. 믈살이 세지고 바닷물의 수온이 낮아지는 약간의 고난이 오히려 생선에게는 이로운 모양이다. 생선의 맛이 훨씬 깊어지고 고소해진다.완도 근해에서 많이 건져 올리는 쏨팽이, 우럭, 도미, 삼치, 농어 등은 우리집에서 주로 구워 나가는 생선의 이름들이다. 볼수록 참 귀티나고 예쁜 참돔은 내 생각에 생선의 미스코리아다. 몸무게가 제법 나가고 쭈욱 뻗은 삼치는 한국통신 선전을 응용하면 "잘 생겼다. 잘 생겼다. 삼치! 와 크다."크든 작든 제맛을 가지고 있어서 완도 사람들
철마신앙을 모시는 생일면 서성리는 유촌 마을과 인접해 있다 두 마을의 주소득원은 미역, 다시마, 톳, 전복양식이다. 병암산 백운봉 능선 끝자락에 마을이 있다.마을에서는 당제를 지낸다. 제장은 마을 우측 숲속에 태극형으로 돌담이 쌓여있는 한가운데 당이 있다 옛날에는 위험있게 기와당으로 되어 있었으나 근년에 벽돌 슬라브당으로 개축했다 철마신으로 모시는 당할머니 또는 마구할머니로 부르는 이곳은 백운봉 벌안에 성처럼 돌이 쌓여있는 목장에서 말을 기르던 흔적들이 지금도 남아있는데 마구할머니가 치마로 돌을 가져다 말 방목장을 만들어놓은 흔적이
희망의 사다리 사법시험 존치!2015년 1월 12일 종료된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에서 협회장으로 당선된 하창우 변호사의 공약이다. 사법시험은 서민에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이므로, 이를 존치시키자는 주장이다.사법시험은 2017년 마지막으로 50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후 폐지될 예정이다. 사법시험이 폐지된 이후에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야만 한다.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한 이유는 시험보다는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고, 사법연수원에서 형성되는 법조인들 사이의 유착관
우연히 접한 TV에서 ‘알바가 갑(甲)이다’ 시리즈의 알바몬 광고를 보고, ‘공익광고도 이젠 세련되게 하는 구나’ 하는 생각만으로 스쳐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가끔 SNS에서 알바몬 광고에 대한 포스팅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그저 유익한 공익광고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히 접한 알바몬 광고의 뒷이야기는 씁쓸함을 남긴다.알바몬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로, 성격상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는 업체와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가 모두 회원이자 동시에 사업파트너인 회사다. 사업적 성격상 아르바이트 구직자들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
완도 사람들에게 “문화원이란 어떤 곳일까?” 라는 물음을 하게 되면 어떤 대답들을 할까? 실제로 필자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본 바로는 다섯 명 중 세 명꼴로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른다”는 대답을 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도 “문화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문화에 관계된 무슨 일인가를 할 거라”는 말을 했거나,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정도에 그쳤다. 그런데 이런 대답들은 문화원의 여러 활동들이 우리 군민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파고들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피부에 와닿는 활동을 하지 못했음을 뜻하기도 한다.그런데
선생과 학생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학생이 이기고 선생은 진다. 선생은 학생을 이길 수 없다. 이러한 주장에 반론도 있겠지만 이것은 오랫동안 수많은 학생을 가르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다. 설령 지식이나 말로 학생을 이겼더라도 그건 이긴 게 아니다. 선생의 행위가 가르침과 모순된다면 이건 더욱더 진 싸움이다. 사실 학생은 자기 행위의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선생의 행위의 일관성을 본다. 행위의 모순을 찾아내면 더욱더 공격거리로 삼는다. 결국 선생과 학생이 싸우면 선생의 명예손상으로 끝난다. 그래서 나는 학생과 싸우지 않기로 결심했다.얼
한국전쟁 당시 흥남부두에서의 철수, 60년대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 70년대 베트남 파병, 80년대 이산가족 찾기는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슴 아픈 기억이며 역사이다. 특히 그 시대를 살아왔을 우리 아버지 세대들에게 영화 국제시장은 오래된 사진첩을 들춰보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아버지 세대들의 자전적 영화이기 때문이다.자신의 꿈은 가족들을 위해 일찌감치 포기하고 끝없는 희생 속에서도 ‘괜찮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고, 견디기 힘들었던 세상 풍파를 자식이 아닌 자신이 겪어 ‘다행이다’라고 말하던 영화 속 아버지, 그
"3등은 괜찮다. 하지만 3류는 안된다" "여기까지라는 말은 없습니다. 항상 지금부터입니다.“ 남자이면서 할머니 같은 가수 김태원씨가 했던 말이다. ‘국민할매’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폭 넓은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김태원씨가 인터뷰에서 했던 인상적인 말이 또 있다.그것은 ”시에 나오는 언어를 쓰라"는 말이었다. 아름다운 말을 자주 사용하려 한다는 것에 지속성은 없을지라도 아름답다고 말하는 순간 일상의 흔한 것들이 진짜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광화문 광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교보생명 빌딩 전면에
상왕봉과 백운봉 정기를 받은 개악발 바위계곡 아래 아담한 오리방죽이 있었고 주변에는 참 가시나무와 황칠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에 큰물이 흐르는 골짜기라 해서 대수골이라했으며 그곳에 대야동 마을이 있었다.80년대 완도읍민들의 식수인 상수원지 개발과 독립가구 철수 명령으로 대야동 주민들은 청별리(대야리)로 이주하여 큰 마을을 이루고 있다. 이곳 장터마을과 새마을동 사이에 젯밥 나무와 참가시나무 숲이 있는 조그마한 동산이 있는데 새의 형상을 닮아 조산(鳥山)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인공으로 만들었다는 설이 있어 조산(造山) 또는 함안
요즘 주위의 푸른잎들 사이로 빼꼼이 고개를 들이민 붉은 동백꽃이 하나 둘씩 피어 스산한 겨울에도 따스함 담아내고 있다. 동백꽃은 어렸을 적 빠끔살이할 때 가지고 놀았던 자연 놀잇감 중 하나였다. 꽃을 돌에 찧어 유리병에 물과 함께 넣어서 놔두면 연한 갈색의 동백꽃 내음 향긋한 물이 되는데 정말 마시진 않았지만 향기를 맡으며 마시는 것처럼 흉내내보기도 하고, 실에 꿰어 목걸이 등을 만들어 놀기도 했다.그리고 겨울에서 초봄까지 단아한 동백과 함께 다양하고 화려한 동백꽃이 가득했던 여정리 푸른농원에는 멋진 선글라스를 쓰시고 손목을 잃으셔
직장에서 사업주가 직원을 해고하거나 직원이 사직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이다. 사업주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능력이나 자세가 결여되어 있거나 비위행위를 한 직원이 발견되는 경우 징계를 통해 해고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원에게 사직을 권고할 수도 있다. 경영부진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게 된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바에 따라 정리해고를 하거나 회사의 어려운 경영사정을 설명하면서 사직을 권유할 수도 있다.직장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사규에 징계에 관한 절차가 완비되어 있고, 이를 시행할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문화라는 말이 넘쳐난다. 한국 문화의 우수성이 세계를 울리고 있어서 유네스코 유산에 서른일곱 가지나 등재되어 있고, 대중문화 중 케이 팝을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늘어나고, 한류를 성공한 문화 콘텐츠라고 앞 다퉈 말하기 바쁘다. 그런가 하면 여러 지방자치 선거 때마다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문화를 들먹이지 않는 사람이 없고 문화를 말하지 않는 지도자도 없다. 사정이 이러니 겉으로 보면 이 나라가 대단한 문화의 나라고, 지역문화가 진흥된 시대라고 말한들 크게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지난 11월 24일자 완도신문에는 건강한 먹거리 생산을 위해 노력해 왔던 고금도 유자생산자가 친환경 농법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소식이 소개되었다.자본주의 경쟁시장은 질적으로 우수한 친환경-유기농 농법으로 생산된 건강한 먹거리보다, 대량생산-관행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의 경쟁력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필연적 결과이다.슬로푸드 운동은 이와 같은 씁쓸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1986년 이탈리아인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가 “음식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음식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전통
무상급식은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2년 총선을 거치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이며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3년째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던 무상급식이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중단이라는 선언 이후 일부 언론에서 무상복지 무상급식 시행으로 인한 지자체의 지급불능을 거론하며 위기의식을 고조시키고 있다.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무상급식은 물론이고 무상보육 또한 국가가 책임지고 해내겠다고 공약했었다.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의 당선은 무상급식
뜨개질을 하다보면 실타래가 이리저리 엉켜서 잘 풀려지지 않을 때 어쩔 수 없이 실을 끊어야 할 때가 많다. 의외로 실을 끊어버리면 나머지 실은 쉽게 풀려진다.그런데 끊어버린 실을 다시 연결할 때 생기는 매듭은 보기가 싫고 뭉툭해져서 완성이 되고난 후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뜨개질을 하면서도 골똘히 매듭에 대해서 고민한다. 끊어버리기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풀어보려고 애를 쓰지만 정 안되면 끊는데 성질 급한 나는 참지 못하고 끊어 버릴 때가 많다.같이 뜨개질을 하는 친구는 처음부터 차분히 실타래를 다 풀어 바구니에 다 담아놓고는 매
뒤웅박이란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만 도려내어 속을 파낸 바가지를 말하는데, 부잣집에서는 뒤웅박에 쌀을 담아두고 가난한 집에서는 여물을 담아 윗목의 천장이나 방문밖에 매달아놓고 썼다. 그러므로 뒤웅박이 어떤 집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뒤웅박의 쓰임새가 달라진다는 데서 연유했다.박의 원산지는 인도·아프리카 지방으로, 이 지방에는 야생종이 현존하고 중국에서는 약 2천 년 전부터 재배되었으며, 중국을 통하여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는 옛날부터 관상용·식용·과피 이용의 용기, 즉 바가지를 목적으로 재배되었다. 바가지는 서민들이
완도에 슬로푸드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10월 17일 완도 청산도에서 슬로푸드 완도가 창립되어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슬로푸드 완도는 국가협회인 슬로푸드 코리아의 33번째 지부입니다. 슬로푸드 지부는 슬로푸드 철학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각 지역에 맞게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을 펼칩니다. 앞으로 슬로푸드 완도도 그러한 활동을 펼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슬로푸드 지부 활동의 핵심은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오늘날 효율성과 그에 따른 속도를 추구하기 때문에 곳곳에서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고, 이로 인해 지속가능한 삶과 사회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필요성과 난개발이 문제라는 두 가치의 충돌 소식과 함께 완도군 신지면 양지리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발업자와 주민들 간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판단에 이번 기회를 통해서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 글을 쓴다. 어느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는 사실도 밝힌다.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대표적인 녹색에너지다. 정부는 태양광을 비롯해 풍력, 조력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