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김갑천칼럼-한반도 대운하, 미국 쇠고기, 그리고 완도읍 하수관거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08.05.09 09:16
  • 수정 2015.11.20 12:38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즈음 완도의 교육문제가 다시 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초 발언자가 누구이던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아무쪼록 생산적인 논의로 귀결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교육문제는 왜 이렇게 우리의 관심을 끌고, 우리는 거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까? 왜 그렇게 교육문제는 중차대할까? 그것은 바로 인간의 일생이 일회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반복할 수 없으며, 항상 연습이 아닌 실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인생이라는 ‘단 한 장의 도화지’에 아무나 유성 매직으로 뭔가를 그리게 할 수는 없다. 단 한 장이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는 노심초사하고 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의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 자율화는 그러한 고민의 산물인 것 같지 않다.

한반도 대운하도 애초부터 ‘나쁜’ 기획이었다. 왜 그럴까? 한반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백두대간과 그것이 가르는 강역은 우리에게 ‘단 한 장의 도화지’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어느 한 정권이 유성 매직으로 마구 그어서, 다시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도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과 그 강역은 이처럼 유일하므로 그것을 신앙처럼 치키려는 사람들도 모래알처럼 많다. 대선 직후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지인에게, 한반도 대운하는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사업이니 포기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물론 별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 정권은 아직도 미련을 갖고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 쇠고기의 무제한 수입도 근본적으로 ‘나쁜’ 결정이다. 광우병은 잠복기간이 5∼30년으로서, 발병이 확인되는 시점이 되면 우리 국민의 건강과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의 건강과 인생은 ‘단 한 장의 도화지’인데, 5년짜리 이 정권이 그 때 가서 무슨 책임을 어떻게 질 수 있겠는가?

정주영 회장의 오랜 측근은,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경부고속도로 공사의 공기단축을 독려하는 정주영 씨를 보면서 속으로 “저게 사람일까” 했다고 회고한다. ‘사원’ 이명박은 이러한 ‘사주’ 정주영의 마음을 너무도 잘 읽었다. 그렇다면 이제 국민의 ‘머슴’으로서, 마음만 먹으면 ‘주인’의 마음을 탁월하게 잘 읽을 수 있을 텐데 정말 유감이다.

이상과 같은 ‘단 한 장의 도화지’ 문제는 우리 지역에도 있다. 완도읍 하수관거정비사업도 그 중 하나이다. 하수종말처리장을 시설하여, 정화조 유출수를 포함한 가정과 업소의 모든 오폐수를 수집·처리하는 목적은 우리 지역의 생명줄인 바다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바다, 특히 완도 시내 앞바다가 청정하게 보존되지 않으면 ‘건강의 섬 완도’는 없다.

시내 앞바다의 해수는 모든 횟집들에서 양수해 사용하는 생명수이다. 그러나 시내 앞바다는 방파제와 주도, 항만, 파제제로 둘러싸여, 해수의 순환은 과거에 비해 극도로 비효율적인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는 일단 오염되면 자연적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난해 9월에 완공된 개포리 하수관거공사는 부실시공이라는 증거가 계속 드러나 여러 차례 보도되어 왔다. 2005년 12월에도 구시가와 가용지구의 하수관거공사가 부실시공되어 재시공된 바 있는데, 개포리 공사의 경우는 아직 근본적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만약 현재의 부실공사 혐의가 그대로 덮일 경우 가장 염려스러운 점은, 정화조 유출수 등의 오폐수로 인한 지하수와 해수의 광범위한 오염이다. 만약 부실시공이 확실하다면 현재나 가까운 장래에, 대장균이나 기타 세균으로 범벅된 오폐수가 시내의 지하를 오염시키고 지하수와 바닷물도 오염시킬 것이다.

지하수를 사용하는 시내의 목욕탕들과 해수를 사용하는 횟집들은, 특히 여름철에 대장균이나 콜레라균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근년 들어 바닷고기 기생충들도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지만, 이들 세균들의 위협은 훨씬 더 충격적일 것이다.

이들 세균과 오염물질이 시내 앞바다를 점령하기까지의 잠복기간이 광우병처럼 5∼30년씩이나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선 당장은 그 위협이 관찰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내 앞바다는 우리의 ‘단 한 장의 도화지’이다. 일단 오염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따라서 군집행부는 하수관거공사의 의미를 직시하여 혹시라도 청해진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문제야 말로 진정 우리 군민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이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정치학박사

5대운동 완도본부 창립준비위원장

전 네덜란드 국립라이덴대학교/IIAS 한국학교수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