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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어떻게 날까 막막하네

▷▷▷정기임 할머니와 4식구 겨울나기

  • 명지훈 기자 mjh2580@wandonews.com
  • 입력 2009.12.1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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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불편해 일을 할 수 없는 아들 용석씨가 미안한 마음을 담아 어머니의 볼에 뽀뽀로 대신하고 있다.

“자식들 못 가르친 것이 한이 되어 손자들만이라도 제대로 키워볼까 했더니 며느리는 가출하고 아들은 다쳐서 일을 못하고…”

외롭고 불우한 노인들이 많이 살아 예전부터 가난한 동네로 알려진 완도읍 공고지에 사는 정기임(77)할머니의 눈물겨운 하소연이다.

정 할머니는 아들 김용석(44)씨와 손자 둘, 이렇게 4명이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말이 서로 의지이지 정 할머니 혼자 모든 희생을 감당하고 있다.

정 할머니는 집안 곳곳에 냉기가 감도는 마루에 앉아 본지 인터뷰에 응했다. “허리부터 다리까지 너무 아픈디 이제는 침을 맞아도 소용이 없어…올 겨울 어떻게 날까 막막하다.”고 했다.

현재 정 할머니의  생활비는 기초생활수급자와 노령연금으로 매달나오는 30여만원이 전부다. 이 돈으로 생활을 꾸리고 있다.

여기에 아들 김 씨는 공사 중인 건물 2층에서 용접을 하다 추락해 광주의 모 병원에 3년간 입원했다가 장애 3급을 진단받고 최근에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겨우 걷는 정도만 가능해 일을 할 수도 집안살림에 도움을 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지난 2월 경에는 며느리까지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상태다.

정 할머니는 “한 때 미역공장에서 일을 했는디 지금은 몸이 아파서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어라우~~. 나라도 벌어야 할 텐디…” 돈 버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해야 하는데 몸이 아파 그럴 수도 없는 입장이다.

정 할머니는 쌀을 아끼기 위해 대부분 식사를 마을 노인정에서 해결하지만 손자들에게 쏟는 정성은 평범한 가정의 부모보다 열성적이다. 학교에서 행여 눈치밥을 먹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급식비를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내고 있는가 하면 고작 30만원의 생활비에서 손자들 학원까지 챙겨 보내는 정성을 쏟고 있다.

정 할머니는 “손자들 공부라도 열심히 시켜줄려고 했는디 형편이 이래서 학원비가 많이 부담되지라우. 손자들이 기죽지 않고 건강하게 학교 잘 다녔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본지 기자가 할머니와 대화 중에 아들 김 씨가 밖에서 돌아왔다.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해서 무척 창백해 보였다.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어머니께 짐이되어 죄송스러워 하는 마음이 기자에게 전해졌다. 

김 씨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자 “물리치료보다 목욕탕에 가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는데 매일 목욕비 4천원이 부담스럽습니다. 매일 목욕탕에 가는 것이 작은 소원이다.”며 겸언쩍어 했다.

한편, 완도읍사무소는 이들 가족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저소득생계비지원(십만 원)을 신청해 놓은 상태고 여러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올 겨울 전기장판에 기대어 잠을 자는 손자들을 바라보면 늘 가슴이 아프다는 정 할머니. 이 가족에게 따뜻한 봄이 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관심과 사랑의 손길이 절실하다.

도움 주실 분들은 읍사무소 주민생활지원계(550-5701)나 완도신문사(555-2580)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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