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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근로자 14인 함께한 6개월 “돌탑만큼 돈독한 정 쌓다”

희망근로사업 함께하며 친가족보다 더 정들기도…

  • 명지훈 기자 mjh2580@wandonews.com
  • 입력 2009.12.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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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줄 왼쪽부터 박정오, 황성자, 김계순, 감방순, 뒷줄 왼쪽부터 황기춘, 추기연, 박해곤, 신계근, 김상채씨가 돌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모두가 친 가족처럼 즐거운 기분으로 열심히 일했당게~~”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해 한마음이 된 14명의 6~70대 노인들이 비좁고 척박한 땅을 아름다운 산책로로 탈바꿈시켜 시간떼우기 사업이 아닌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근로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은 완도읍 공설운동장 소하천 옆 등산로 500여 미터에 걸쳐 석축을 쌓고 꽃길과 등산로 정비, 석탑 만들기 등 함께한 6개월 동안 돈독한 정까지 쌓아 고령화로 인해 침체된 지역공동체에 활력을 불어 넣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조장을 맡았던 추기연씨는 "잘 모르는 노인들이 만나서 함께 호흡을 맞춰 일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처음에 서로 서먹서먹해 뭣을 어떻게 해야 할줄도 몰랐다. 하지만 이곳을 아름다운 산책로로 만들어 보자는 공통된 목표가 생기자 6개월 동안 내 집 가꾸는 마음으로 매달렸다"고 했다.

이 뿐 아니라 전문가의 조언이 있어야만 가능한 공원 조성을 자신들이 직접 계획하고 연구해 가며 석축 쌓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새로운 삶의 희망과 목표를 갖게했다.

황기춘씨는 “친 가족처럼 정이 많이 들었다. 한사람이라도 안 나오면 그날은 무척 서운해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로 가족적인 분위기로 일을 마쳤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한 결 같이 “처음 돈때문에 이 사업에 참여했지만 동료들과 함께 하면서 날이 갈수록 행복한 마음으로 일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러한 마음을 모으다 보니 호흡은 물론이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연장을 각자 집에서 가져오거나 자비를 들여 필요한 부품을 사는 등 공공사업에 온갖 애정을 쏟으며 매달렸다.

심지어 집에서 키우던 나무까지 캐와 이곳에 정성들여 심었으며, 산에서 크고 작은 돌을 모아 리어카에 싣고 200여 미터를 가져와 강행군을 감행하면서 2미터 높이의 석탑을 무려 5개나 세웠다.

석탑 1개에 돌 4톤 정도 들어갔다고 하니 운반과 작업에 얼마의 정성과 노력을 했는지 가히 짐작하고 남음이다. 그동안 이를 지켜보던 주민들 모두가 큰 감동을 받았다.

또 사람 혼자 다니기도 힘든 좁은 길이 3~4명이 다녀도 넓고 안전한 길로 바뀌었고 이곳에 잠시 쉬어갈수 있는 쉼터가 필요하다고 읍사무소에 건의해 정자까지 세웠다.

이렇듯 14명의 노인들이 일인당 한 달 평균 75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고 변모시킨 산책로는 주민들은 물론 이들에게는 영원히 기억될 멋진 휴식공간이 된 것이다.

이들은 또 이곳에 이색적인 펼침막도 걸었다. “불로장생(不老長生) 체력장(體力場)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삽시다”는 문구는 희망근로사업을 위해 만나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함께 고생한 A조와 B조 사람들의 이름을 넣어 영원히 잊지 말기로 약속한 것.

희망근로사업이 끝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13일, 이 사업에 참여한 14명중 9명이 이곳을 다시 찾았다. 박정오(71), 황성자(66), 김계순(70), 감방순(63), 황기춘(69), 추기연(69), 박해곤(63), 신계근(71), 김상채(70)씨는 서로에게 환한 미소를 띠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추기연씨는 “산책로가 50% 정도 덜 되었다. 내년 사업이 시작되면 우리 조가 다시 이곳 현장에 참여해서 마무리 짓고 싶다. 석탑 11개도 더 만들 예정이다. 연계사업으로 해서 다시 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계근씨는“우리 조 평균연령은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이지만 모두가 즐거운 기분으로 재미있게 일했다.”며 “일이 없는 주말에는 빨리 월요일이 왔으면 하고 기다려 질 정도였다.”고 지난 6개월을 회상했다.

김상채씨는 “돈도 필요했지만 건강이 목적이었다. 공공근로사업을 통해 실제 무척 건강해졌다. 읍사무소에서 당장이라도 다시 시작하면 참여하겠다. 혹 일당을 미뤄도 좋다.”며 같이한 동료들과 다시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더 절실한 듯 했다.

감방순씨는 “일이 끝나고 나니 벌써 생활비가 걱정되지만 그것보다 내년에도 꼭 희망근로사업에 참여해서 이분들과 함께 나머지 일을 마무리 짓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9명은 자신들이 가꾼 길을 걸으며 한참을 감회에 젖었고 “모두들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는 동료의 말에 헤어지는 것이 무척 아쉬운 듯 연신 서로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앞줄 왼쪽부터 박정오, 황성자, 김계순, 감방순, 뒷줄 왼쪽부터 황기춘, 추기연, 박해곤, 신계근, 김상채씨가 우리 모두 건강하게 삽시다”는 현수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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