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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권과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09.12.31 11:32
  • 수정 2015.11.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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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지 벌써 2년 가까이 됐다. 국민들에게는 정말 힘든 나날이었다. 동시에 국민들이 학습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서민을 위한 정권인지 아니면 일부 권세가와 부유층을 위한 정권인지,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와 법치를 뿌리내릴 정권인지 아니면 민주주의와 법치의 탈을 쓴,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후예인지, 선진국 도약의 비젼과 능력을 갖춘 정권인지 아니면 양극화를 심화시켜 장기불황의 나락으로 끌고 갈 정권인지 말이다.

특히 올해는 정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였다. 전직 대통령 두 분을 연달아 떠나보냈고,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끓고자 노력했던 분이 도리어 그 희생양이 된 아이러니를 목격해야만 했다.

야권을 향한 정치보복은 현재도 진행형이고, 정권의 필요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특히 전 국무총리와 현 야당대표를 겨냥한 정치보복은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것일 뿐만 아니라, 전직 국세청장 사건을 은폐 또는 물타기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살만하다.

기만, 불법, 탈법으로 점철된 4대강 사업도 이 정권의 본색을 여실히 드러낸다. 환경파괴의 위험을 내포하는 운하사업임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기만이요, 환경영향평가 등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강행하기 때문에 불법이요, 국책사업에 국회의 예산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수자원공사의 돈까지 끌어들이기 때문에 탈법이다.

국회의 예산심의가 끝나기도 전에 벌써 삽질을 시작하는 배짱과 야당이 예산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내년 ‘전체 공무원 봉급 지급 유보’를 들먹이는 협박과 무지 앞에서 아예 할 말을 잃게 된다.

예산안 처리에 대급해진 정권은 급기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대통령이 여러 차례 대운하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야당이 예산안처리에 협조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세종시 문제 등에서 이미 ‘양치기 소년’이 돼버린 정권의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 국정의 최고책임자 스스로 ‘대운하는 다음 정권의 문제’라고 까지 말했다고 하지 않은가. 예산안 처리 지연의 책임을 야당에게 전가하는 수법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이 사업을 강행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재임 중 치적을 올려 역사의 호평을 받고자 하는 최고권력자의 공명심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강바닥을 파헤치고 보를 설치한다고 해서 홍수방지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또 저고용 저성장의 문턱에 들어선 나라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건설족의 배만 채울 뿐 서민경제와는 거리가 먼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권의 지지기반을 생각하면 답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낙동강에 투하하는 돈만 전체 22조가 넘는 예산의 60% 가량 된다. 4대강은 허울일 뿐, 실질은 낙동강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대다수 영남에 기반을 둔 재벌의 건설사들뿐만 아니라, 하청을 받게 되는 지역건설사들에게도 돈벼락이 떨어지는 셈이다. 지역패권주의를 통한 권력의 재생산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국론분열의 중심에 있는 세종시 문제도 4대강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리투표 등 정말 낯 뜨거운 방법으로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도 이 정권이다.

헌법재판소가 절차는 위법하나 법 자체는 유효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해괴한 논리를 앞세워, 국회에서 재논의하자는 야당의 요청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현 정권의 배짱 아니면 상상하기 힘들다.

이 정권은 오갈 데 없는 용산철거민들에게 몽둥이를 휘둘러 거리로 내쫓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인명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올 한해를 열었다.

남은 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려고 한 사람은 아직까지 이 정권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른바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정부·여당의 구호가 부끄럽지 않은가.

아마 정권담당자들이 독재라는 말을 듣기 싫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있다고 해서 다 민주정권인 것은 아니다.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고 매사 힘으로 찍고 누르려고 하면 독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오는 해는 호랑이 해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다. 폭정을 피해 고향을 떠나 호랑이 많은 깊은 산골로 들어갔다가, 가족들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뒤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가여운 여인을 두고 공자께서 하신 말씀이다.

호랑이 해로 바뀌는 세모에 이 말이 연상됨은 어인 연유인가.

<필자 소개>
현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완도초, 완도중, 순천고 졸업
서울법대 졸업
포항제철 해외유학 장학생
독일 괴팅엔대학교 법학박사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교수
법무부 선진법제포럼 회원
기후변화행동 연구소 이사
사법고시·행정고시 출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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