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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진 행정에 아이들이 '위험'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인원부족 핑계로 유명무실

  • 박재범 기자 park9545@hanmail.net
  • 입력 2010.03.17 20:36
  • 수정 2015.11.1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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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웰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건강한 안전한 먹을거리로 질병치료에 효과를 보고 있다는 주민들이 점차 늘고 있다. 여기에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올바른 섭취 방법을 비롯해 음식과 알레르기·아토피 질환과의 관계 및 치료 음식까지 선보이고 있으니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은 날고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등하굣길에 아이들은 건강한 먹을거리와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중요한 성장기에 놓인 아이들이 과연 먹을거리에 대해 안전한지 신학기를 맞아 학교주변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학교주변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 및 신체 발달을 저해하는 식품을 팔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이 만 1년이 지났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9년 3월 초·중·고등학교 안은 물론 학교 반경 200m 내 모든 업소에서 아동·청소년의 기호식품 가운데 비만과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는 고열량·저영양 식품 판매 금지를 골자로 하는 특별법이 시행됐다.

완도군은 이에 따라 지난해 지역 내 초등학교 20개소를 어린이 식품안전보호 구역으로 지정하고 표지판 설치와 2명의 전담관리원을 위촉한 뒤 관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추가로 올해 지정되지 않은 초·중·고까지 지정·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지정만 했을 뿐 관리 소홀
그렇다면 지난해 지정된 식품안전보호구역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보호구역을 매월 전담관리원을 활용해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각종 표시기준이 적합 한지를 비롯해 유통관리의 적정 여부, 수입 미신고 등 불법 수입식품 등 취급·판매행위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햄버거, 피자, 빵, 과자, 즉석에서 조리해 파는 햄 등 기호식품을 조리·판매하는 식품 접객업소에 대해 영업허가(신고) 및 원재료 관리 여부 확인, 식품 등의 위생적 취급 확인 및 시설기준 등을 점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군이 밝힌 내용과 차이가 컸다. 먼저 안전지대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할 담당자마저 특별법에 대한 내용만 파악하고 있을 뿐 현 실정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

기호식품을 조리·판매하는 식품접객 업체가 정식적인 영업허가여부를 모르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가 영업자 준수사항 등 기타 식품위생법에 따른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 재료에 수입경로도 몰라
이와 같이 행정당국의 소홀함에 학생들은 어떤 식품을 소비하는지 과연 지역 내 안전지대는 있는지 살펴봤다.

지역 내 한 초등학교 하굣길, 학교를 빠져나와 학교 앞 문구점을 찾은 학생들의 손엔 먹을거리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학생들이 든 식품은 포장상태가 조잡하거나 아예 포장을 하지 않고 직접 가공해 파는 먹을거리가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이 먹을거리를 들고 나온 문구점을 살펴보니 출처를 알 수 없는 햄을 전자레인지 등에 데워서 판매할 뿐 아니라 그 밖에 종이컵에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조리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또한, 햄의 경우 변질을 막기 위해 반드시 냉장보관하라는 주의사항이 식품 뒷면에 명백하게 기재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과자류는 더 심각했다. 수입식품으로 보이는 초콜릿 바는 포장지의 인쇄상태가 조잡해 제조·수입원, 수입국가, 원재료, 원산지 표시사항 등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유전자가 변형된 옥수수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는 문구가 기재된 중국산 초콜릿과자도 있어 도저히 식품이라고 할 수 없는 과자 등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었다.

▲학교와 학부모가 함께 나서야
어린이 식품안전보호 구역의 실정이 이런데도 군 담당자는 “한정된 인원으로 일반 업소(식당 등)를 점검하는 것도 벅차다”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학교 측과 학부형들은 “관리 인원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학교 측이나 학부모들에게 협조를 구해 어린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식품이 유통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중인 자녀를 둔 한 학부형은 “모든 것이 일회성으로 끝나버리는 것 같다”며 “지난 2008년 멜라민 때문에 파동을 겪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린이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모두가 내 자녀들이라는 생각으로 철저히 관리를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초·등·고교 학생들의 비만과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는 고열량·저영양 식품을 근절하기 위해 시행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은 그동안 방치됐던 학교 주변의 식품 판매 환경을 정부가 사실상 처음 정비하고 규제하는 조치이다.

아동·청소년의 건강을 개선하고 건전한 식생활을 유도하는 동시에 학부모들의 근심을 더는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행정당국의 소홀함이 결국 이름뿐인 특별법으로 전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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