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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사건과 표현의 자유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0.12.30 16:49
  • 수정 2015.12.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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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교수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교수협의회 회장)

2010년 12월 28일은 우리 헌법 역사상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인터넷논객 ‘미네르바’(박대성 씨)에 적용됐던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1항 (허위의 통신)에 대해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결정으로 헌법재판소는 민주국가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네르바’ 박씨는 인터넷 토론 공간을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외환당국의 잘못된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을 근거로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인터넷상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미네르바’ 박씨를 구속 기소하였고, 서울중앙지법은 ‘미네르바’가 그 내용이 허위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또 당시 외환시장 상황을 볼 때 ‘미네르바’ 박씨가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네르바 박 씨는 문제의 조항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은 기본권 제한의 원칙 가운데 하나인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헌을 선언했다. 먼저 “공익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국민에게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해 주지 못하고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며”, “허위 통신 자체가 사회적 해악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데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해 국가가 일률적으로 개입해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은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 불명확하게 규정한 경우에는 국민은 처벌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 아예 표현행위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데 있다.

‘미네르바’ 구속기소 사건의 본질은 정권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정권에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정권 초기의 광우병 촛불집회 및 광우병의 위험성을 경고한 MBC PD 수첩 사건, 그리고 천암함 침몰사건에서 형사처벌 등으로 위협하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고 기도해 왔다. 그리고 최근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하자 인터넷에 게시된 비판적인 글을 유언비어로서 삭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코자 한다.

역사상 독재정권일수록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사례를 우리는 수도 없이 보아왔다. 그래서 유엔 인권위는 허위사실 유포죄가 오히려 정부에 비판적인 진실을 처벌하는 데 남용되고 있다며 수차례 폐지권고를 한 바 있다.

과거 박정희 유신 군사독재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탄압하기 위해 긴급조치 1호를 발포하여,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자는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 구속, 압수, 수색하며 비상군법회의에서 심판하여 1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단하도록 하였다. 이 긴급조치 1호를 비방하는 자도 마찬가지의 처벌을 한다고 겁박하였다.

올 12월 16일 헌법재판소는 이 조치가 “당시 유신헌법상의 발동 요건조차 갖추지 않고 한계를 벗어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이제야 민주주의 바로 세우기가 시작된 듯한 느낌이다. 앞으로도 과거의 긴급조치 19호까지를 비롯하여 수많은 위헌적인 조치들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졌으면 한다.

우리 헌법에서도 드러나듯이 표현의 자유의 중심은 언론의 자유이다. 언론의 자유를 이처럼 중시하는 이유는, 언로가 막히면 제대로 된 민주정치가 불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권력에 대한 견제를 전제로 하며, 이를 위해 이미 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누었다. 지방권력의 경우 행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지방의회가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가 지방행정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그 역할은 고스란히 시민사회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완도의 경우 유일한 지역언론인 완도신문이 그 역할을 홀로 떠안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완도신문을 형사고소한 이래 지금까지 완도신문은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뜻있는 독자들이 완도신문을 지켜낼 것으로 믿는다. 2011년 새해에는 완도신문에게도 따스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 비로소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헤겔, 「법철학」서문).

<필자소개>
완도초, 완도중, 순천고 졸업
서울법대 졸업
포항제철 해외유학 장학생
독일 슈트로마이어 재단 장학생
독일 괴팅엔대학교 법학박사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교수
법무부 선진법제포럼 회원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위원
기후변화행동 연구소 이사
사법고시·행정고시 출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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