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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테이너가 삶의 공간”

외로운 독거노인과 함께 하는 삶 . . . 김순년 할아버지(71)

  • 김경연 기자 todrkrskan8190@hanmail.net
  • 입력 2011.04.27 20:59
  • 수정 2015.11.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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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이웃이 있어 외롭지않다는 김순년(71)할아버지

 완도읍 농어촌문화센터 옆 콘테이너 안에 있는 김순년(71)할아버지 움직임이 분주하다. 수도 고장으로 물바다가 된 방바닥을 닦고 있어서다. 희뿌옇게 서리 낀 안경 너머엔 한 평 반 삶의 공간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난다. 주변에 널브러진 빈 박스와 폐휴지는 할아버지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기에 충분했다. 

기관지천식환자들에게 가장 힘든 환절기철 봄 바람은 치명적이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할아버지는 “천식으로 힘들어. 기침가래가 심했는데 요즘은 객담까지 있네.”라며 고통을 호소한다.

방에 있는 약보관함이 눈에 들어 온다. 그러나 천식환자에게 기본 장비이고 꼭 있어야 할 네블라이저(산소호흡치료기)는 없다. 20년 이상 천식을 앓아 온 기자의 딸이 겹친다. 얼마나 힘들게 견디는지 눈에 선하다.

또 할아버지는 어려서 왼쪽 눈을 다쳐 까만 눈동자가 하얀 색으로 변해 시력을 거의 잃었다. 또 충치때문에 고통이 심하다. 하지만 보험적용이 안돼 치과에 갈수가 없다. 그는 기초수급자인데도 생활비 대부분을 약값으로 지출된다.

할아버지는 한 때 무척 외로웠다. 갈수록 몸이 아픈 이유도 있지만 6.25때 부모를 잃은 전쟁고아로 의지할 형제가 없어서다. 또 젊은 시절 방물장수를 해서 제법 큰돈을 벌어 결혼도 하고 세명의 자식도 낳았지만 사업장이 불에 타는 바람에 두 명의 자식을 잃고 혼자된 삶 때문이다. 

술, 담배로 몸까지 망가트리기도 했다. “몇 번이나 죽으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이웃에서 날 살렸지요.”라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목소리에 고단한 삶이 투영된다. 그래서 만물이 소생한 따스한 봄인데도 할아버지의 거처인 콘테이너 안은 아직 추운 겨울이다.

이런 할아버지가 이제 희망을 전파한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 보는 따뜻한 사람들 때문에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매월 20여만 원의 적은 지원금을 받아도 힘들지 않다. 발품 팔아 모은 폐지를 판 돈으로 땅 임대료, 전기요금, 병원비, 생활비 등으로 쓰고 있어서 아직 괜찮단다.

김 할아버지는 “동네 이웃들이 파지며, 헌책이며, 헌 박스를 가져 다 주니 너무 고맙다고 하신다. 군에서 지원하는 점심이라도 받아 드시라는 기자 말에도 "걷지도 보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아직 괜찮아요." 라고 손사레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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