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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군의장 선거에 즈음하여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2.06.27 21:07
  • 수정 2015.11.2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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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에서 지역의회의 역할은 막중하다. 지역주민의 여론을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고 자치단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지역발전과 주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전국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의장선출이 다가오면서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완도군의회는 오는 9일 의장단 선거를 실시한다. 군의회가 진정한 민의의 대변기관인지, 집행부 위에 군림하거나 집행부에 종속돼 제 역할을 포기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군의회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주민이 눈을 부릅떠야 할 때다.

대다수의 주민은 지역의회에 관심이 적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행세만 하고 있으니 주민의 눈 밖에 나 있을 수밖에 없다. 군 의회를 통한 의정활동은 참여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풀뿌리 지방자치운영 전반에 걸쳐 주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데 목적이 있다. 주민은 군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판단하여 평가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지적돼온 내용이지만 대부분 군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주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군정 질의 중에는 주민생활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도 많기 때문이다.

일부 군의원의 질의 가운데에는 주민여론을 수렴하여 반영하기 보다는 민원성 질문이나 인기성 질문을 통해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키려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군정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져 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준비된 원고만 읽거나 집행부 간부를 ‘윽박지르기 식’으로 나무라기만 하는 질문도 적지 않다. 군 의회의 기본임무인 예·결산 심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군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이 주민생활과 복리증진을 위해 제대로 책정됐는지, 주민의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았는지 꼼꼼하게 따져 보았는지 주민의 감시가 필요하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재정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방의원들이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판도 많다. 거의 모든 지방의회 의원들은 의정비 인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다가 관광성 외유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길게는 일주일간의 해외연수에 나서고 있다. 완도군 의회도 예외는 아니다. 완도군 의회는 거의 매년 의정비 인상에 목숨을 거는 듯한 인상과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서 군민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열악한 재정형편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의원들이 자기 잇속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염불 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쏠린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군 의회는 군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기본임무로 한다. 더구나 군 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은 군수 등 집행부 간부들과의 관계에서 유착됐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완도군의회 의장이 ‘완도를 사랑하고 명예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 공동의장을 맡아 “군정을 음해하는 세력들을 척결하자”는 등의 성명까지 발표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의장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군 집행부와의 유착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번 의장선거에서는 명실 공히 집행부로부터 독립돼 집행부를 견제 감시할 수 있는 군 의회를 대표할 인물이 선출돼야 할 것이다.

군 의원들이 국회의원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것도 군 의회의 독립성을 해치는 주요 요인이다. 지난 총선에서 일부 지방의회의 의원들은 물밑 표심잡기도 모자라 아예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해 국회의원 후보의 명함을 돌리기도 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들러리’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국회의원으로서는 지역 밀착도가 높은 지역의원들을 활용하여 충성도를 시험하고, 지역의원 입장에서는 차기 지방선거에서 공천받기 위해 보험을 든다는 점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부상조’는 총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번 지역의회 의장단 선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하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모 의장을 지원하기 위해 다른 지역 국회의원까지 나서 자신이 공천을 준 지역의원에게 지지하도록 연락하기도 한다. 지역의회의 의장단 선거가 국회의원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지역의회의 독립성을 해치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국회와 지역의회의 역할과 임무가 명백하게 구분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 통속이 되어 지방자치를 농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군 의원은 과거에 무보수 봉사직이었다. 당시에 군 의원은 군민의 대표이자 봉사자였다. 그러나 유급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군민을 위해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군민의 혈세로 의정활동비를 지급받기 때문이다. 이제 사용자가 된 군민은 머슴인 의원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지켜보아야 한다. 개인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의정활동비를 올리거나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서 맡은 바 임무를 소홀히 하는지 감시해야 한다. 군 의회도 군민의 여망에 부합하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 하반기 군 의회 의장단을 제대로 뽑아야 하는 이유이다. 의원들은 개인별 친소관계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 군 의회 의장은 독립적인 의정활동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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