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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 민주화를 대선 공약으로 포장하지 말라

강철승 한국세무회계경영 아카데미 학장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2.09.19 21:28
  • 수정 2015.11.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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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이념 논쟁으로는 민생문제 해결 보장 못해

연말 대선을 앞두고 유력 정당과 후보들이 핵심 공약으로 '경제 민주화'를 제시하고 있다. 현행 헌법 제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공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는 경제 민주화가 한국 경제의 장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분석이나 예측 없이 공허한 이념 논쟁으로 흐르고 있다. 실제로 챙겨야 할 민생은 뒷전에 내버려두고 한국 경제를 실험의 장(場)으로 만들려 하고 있으며, 경제 민주화에 의문을 제기하면 시대정신에 반(反)하는 것으로 매도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는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한 일이 없는 신조어(新造語)이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와 관련된 개념들이 최근 주류 경제학의 연구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가령 복지 문제와 관련된 '재정 민주주의', 저개발 부문 및 소득 하위 계층과 '동반 성장', 중산층까지도 포함하는 '포용적 성장' 등의 개념이 경제 민주화 개념과 관련 있다.

경제 민주화가 경제학 교과서에 없다고 무시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 민주화가 민생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으로 경제 민주화라는 바구니에 무엇을 담을 것이며 그에 따라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와 소득 분배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분석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경제 민주화는 무엇이 어떻게 추진되느냐에 따라 경제성장이나 소득 분배에 플러스가 될 수도 있고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정부 규제 일변도 추진하면 장기불황과 경제침체 우려
우리는 재벌들에 대한 출자 규제 제도가 왜 실패했으며 재벌 개혁을 강력하게 부르짖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밑에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왜 더욱 심해졌는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재벌에 대한 규제는 통상의 조세 정책, 재정 정책 및 금융 정책으로 충분하다. 가령 재벌의 순환출자 구조가 바람직하지 않다면 순환출자를 확산시키는 재벌은 조세·금융·재정 면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면 된다. 핵심은 정부가 시장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민영화된 금융 산업이 재벌의 비정상적이고 위험한 확장을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가 새로운 정부 규제 일변도로 추진될 때 예상되는 암울한 측면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국제 자본은 가능하면 한국을 떠나려 할 것이다. 국내 자본도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공장이나 시설의 해외 이전을 추진하고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으로 탈바꿈하려 할 것이다. 그나마 수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전자·자동차·철강·조선 등도 규제 왕국에서 탈출하기를 꿈꾸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수출 경쟁력은 추락하고 실업은 확산되며 세계경제의 불황이 일본식 장기 불황을 초래하고 경제 정체를 심화시킬 것이다.

포퓰리즘적 대선공약 말고 정책과 그 효과 분석해야

최근 간행된 OECD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 개혁 프로그램의 플러스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분산되어 나타나는 반면 마이너스 효과는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개혁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경제가 경기 변동적 확장기에 있을 때 추진해야 하며 경기 하강 국면에서 추진할 때는 성공 확률이 낮아진다. 세계경제의 불황이 국내 경기를 압박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경제 민주화 논의가 치열해지고 있는 것은 엇박자를 밟고 있는 것이다.

여당과 야당은 경제 민주화를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적 공약으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어떤 정책들이 어떤 효과를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한 나라의 국민경제는 경제 이론의 무책임한 실험장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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