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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經濟 民主化는 社會 全般的 改革으로

강철승 한국세무회계경영 아카데미 학장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2.10.24 22:22
  • 수정 2015.11.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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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정치는 그 사회의 거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이 정치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금 국회의원들이나 정치인들의 면면을 봐도 대부분 우리 사회의 엘리트 출신들이다. 왜 그들이 그 정도의 정치밖에 못하겠는가? 어찌 오늘날의 정치가 그들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재벌 개혁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국민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재벌의 문제점은 그들만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국가 사회가 같이 만든 것이다. 그들이 법 위에 군림했다면 우리의 검찰과 사법부도 잘못된 것이고, 각종 특혜를 누리면서 불공정행위가 묵과되어 왔다면 정책과 제도를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 우리의 정부도 잘못한 것이다.

또 그들에 유리하도록 경쟁의 법칙과 제도가 정해졌다면 이는 정치와 행정뿐 아니라 그들 편에 서서 그런 여론을 조성해온 언론과 학계도 잘못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 대한 총체적 접근 없이 어느 한 부문을 바꾸겠다고 해 봐야 실질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일회성으로 끝나고 다시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사회는 유기체와 같은 것이다. 한 부문이 바뀌려면 그와 연관된 부문이 모두 함께 바꿔줘야 한다. 우리는 정치제도, 행정조직, 금융감독 등에서 선진국의 좋은 제도들을 도입했으나 운영방식은 아직 개발연대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위나 공정위의 수장은 임기가 있다.

과거 선진국들에서 오랜 경험을 통해 이들 기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꼭 필요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며 우리도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감독기관 수장의 평균 재직기간은 14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의 평균은 8년을 넘고 있다.

경제장관의 재직기간도 마찬가지다. 1~2년이 멀다 하고 바뀌고 있다. 이렇게 해서 어떻게 재벌의, 시장의 변화를 추진해 낼 수 있겠는가? 심지어 가장 장기적 시각과 접근을 요하는 통일부·교육부 장관도 한 정권 내에서만 수 명씩 바뀌고 있다.

법조계에는 여전히 전관예우가 남아 있다. 전관예우가 있다는 것은 바로 법의 집행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들이 현직을 떠나자마자 가는 곳이 로펌들이고, 이 로펌들의 주요 고객은 모두 대기업들이다. 감독기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금융기관 감사의 절반 이상이 금감원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피감기관에 대한 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는 아직도 깊숙이 남아 있는 유착과 담합구조가 진정한 경쟁 사회가 되는 것을, 국민들에게 공정한 경쟁 기회를 주는 것을 막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관행, 국가운영방식이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의 기득권 계층이 공고해지고, 계층 간 이동성이 줄어들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우리 사회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해방 후 대한민국 역사는 성공의 역사다. 과거 어떤 나라도 정치·경제 면에서 이렇게 빨리 국가의 발전을 이룬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성공이 있을 수 있었던 큰 요인 중의 하나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었던 역동성(dynamism)이었다. 지금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우리 사회 기득권의 담합과 유착구조로 계급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줄여 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지속발전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하며, 기회가 공정하게 열려 있어야 진정한 경쟁사회가 되는 것이다. 학연, 지연, 혈연관계가 아닌, 실력으로 경쟁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진정한 경쟁사회가 아님을 보여준다.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저축률이 떨어짐에 따라 향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유지를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수다. 이는 각자의 직업에서의 전문성, 직장에서 일하고 경쟁하는 방식, 사회적 합리성이 제고되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다. 매 주말이면 예식장에, 주중에는 각종 회식과 장례식장을 찾아 연줄을 다져야 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자신의 인적 자산에 투자할 시간을 선진국 전문직 종사자만큼 가질 수 있겠는가?
 
이러한 변화들을 위한 국민적 성찰과 움직임이 일어날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진정한 선진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없는 사회는 죽어 가는 사회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우리 국가·사회가 운영되는 소프트웨어의 전반적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이 당면한 중요한 시대적 과제다. 경제 민주화란 우리 사회 전반적 개혁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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