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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한국은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낭비 국가다

강제윤 시인 - 제주 추자도 기행(2)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3.02.20 21:26
  • 수정 2015.11.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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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문제는 인류만의 일이 아니다. 지구 행성에 기대 사는 생명체들의 생존의 문제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4분의 3이 물로 덮여 있지만 그 물의 97%는 바다에 있다. 담수는 지구상 물의 3%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2%는 빙산이나 빙하의 상태로 있다. 결국 우리는 지구 전체 물의 1%만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 1%의 물을 사람과 수많은 생물 종들이 고루 나눠야 한다. 세계 보건 기구(WHO)에 따르면 지구에서 물 문제로 죽어가는 사람만 한 해에 340만 명이 넘는다.

다행히도 이 나라에서는 마실 물이 없어 죽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조금 가물기라도 하면 이 땅의 모든 방송 언론 매체는 당장 목말라 죽어가는 사람이라도 생긴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그 다음 수순은 이 나라가 물 부족 국가라고 난리를 치는 일이다. 그러면 토목, 수자원 관련 부처는 기다렸다는 듯이 당장 댐을 더 만들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마치 댐 건설 외에는 치수 정책이 전혀 없는 것처럼 생떼를 쓴다. 그때 가장 많이 '애용'되는 것이 섬의 물 부족이다. 마실 물이 없어서 뭍에서 탱크로 물을 실어다 급수하는 섬 마을 자료 화면을 수시로 보여주며 위기의식을 부추긴다.

하지만 가뭄이 들어도 뭍에서 물을 실어다 먹어야 하는 섬은 몇 되지 않는다. 물이 부족한 섬들도 밥을 못해 먹을 정도는 아니다. 그저 펑펑 쓰던 물을 자유롭게 쓰지 못해 불편할 뿐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마치 모든 섬들이 마실 물이 없어서 목말라 죽어가는 것처럼 사태를 과장 한다. 물론 그 배후에는 댐건설로 이득을 보게 될 토건마피아들이 버티고 있다.

이들이 댐건설을 추진하는 목적은 수자원이나 홍수조절, 에너지 확보 등이 아니다. 오로지 토목 공사를 통한 이윤 창출과 정치자금 확보 따위다. 이들은 또 홍수가 나도 댐을 만들자고 한다. 어느 산천이든 계곡만 있으면 댐을 만들 궁리에 몰두한다. 섬이라고 다르지 않다. 작은 섬에도 댐을 만들기 위에 혈안이다. 이 나라는 물이 넘쳐도 부족해도 치수 대책은 오직 하나 댐 건설 뿐이다! 

토목 공화국 정부와 언론, 토목 업체들은 진짜 물 부족이 무엇인지 모르는 걸까?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 사람들은 먹는 물을 구하기 위해 종일 걸어가 흙탕물 한 동이를 구해온다. 그마저 없어서 목말라 죽어가기도 한다. 그런 나라가 진짜 물 부족 국가다! 수도만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는 나라. 수돗물을 변기에도 쓰고, 자동차 세차에도 펑펑 쓰는 나라. 이런 나라에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이 가당키나 한가. 이 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라 물 낭비 국가다!

갈수기 때면 섬들이 물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섬들마다 인구는 줄었고 상수도 보급률은 높아졌는데도 물이 부족한 것은 왜일까. 섬들 또한 도시처럼 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함부로 쓰게 된 까닭이다. 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집집마다 식수로 화장실 물을 쓰고, 샤워, 세차를 하고 양식장이나 수산물 가공 공장 등에서도 물을 마구 쓴다. 물을 아껴 쓰고, 노후 관로의 누수를 잡고, 중수도나 우수 시설 을 설치하는 등 물 관리를 효율적으로 한다면 물이 부족할 이유가 없다.

섬에서는 불과 이삼십년 전만해도 물동이와 물지게로 물을 날라다 아끼고 귀하게 썼다. 그때는 지하수 관정을 파기도 어려워 지표수만을 썼지만 물 부족으로 고통 받지 않았다. 온 나라가 그렇듯이 지금 섬에서 물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만큼 물 낭비가 심하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정부나 자치단체는 조금 가물기만 하면 어떻게든 섬에마저 댐을 하나 더 지을까 궁리 할뿐 다른 물 대책은 고민하지도 않는다.

그동안 댐이 물 문제를 해결해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 지구적 물 부족 사태가 댐 건설만으로 해결 되지 못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댐 이외에 다양한 물 대책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는 여전히 댐건설만을 최상의 물 대책으로 신봉하고 있다. 추자도의 담수 시설 같은 해수 담수화는 사막 나라들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일본 등 댐 건설을 주로 하던 나라들까지도 중요한 대안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작은 섬들 일부에만 마지못해 시설 할 뿐이다. 물론 그런 섬들에는 댐을 만들 장소가 더 이상 없거나 아주 없기 때문이다.

가뭄이 들면 바짝 바짝 말라버리는 댐들을 두고 또 댐을 만들자는 것은 희극이다. 아무리 많은 댐을 만든다 한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는다면 그 댐의 물을 어디서 가져다 채울 것인가. 추자도가 그랬다. 처음 하나의 상수원 저수지를 만들었으나 가뭄이 들자 역시 물이 부족했다.

물 공급이 증가한 만큼 물의 사용량도 늘어난 까닭이다. 그렇게 모두 4개의 저수지를 건설 했으나 여전히 물은 부족했다. 결국 해수담수화 시설을 도입했다. 그 다음부터는 가뭄 때 물 문제가 해결 됐다. 하지만 지금처럼 물을 낭비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담수화 또한 궁극적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인류가 물 부족 사태를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물을 풍족하게 쓸 방법보다는 물을 아껴 쓸 방법을 찾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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