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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아닌 누구라도 같은 선택했을 것이다"

가정집 화재 진압하고 생명구한 읍내파출소 이순식 경사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3.03.06 21:11
  • 수정 2015.11.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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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한 집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생각할 시간도 없었어요. 그런 절박한 상황이 닥쳤다면 누구나 저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부부싸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화염에 싸인 집에 뛰어 들어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완도경찰서 읍내파출소 이순식(40) 경사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40분경 완도읍 가용리 농공단지 내 한 공장 사무실 위층 가정집에서 A모씨 부부가 문을 걸어 잠근 채 심하게 다투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 경사가 도착했을 때는 부부싸움을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확인하기 위해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밀폐된 조립식 건물 안에서 뭔가 타는듯한 냄새만 났다.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이 경사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기로 했다. 순간 문이 열렸다. 얼굴과 머리를 온통 그을린 부인 B모씨가 뛰어 나오면서 안방에 남편이 있다고 소리쳤다. 집안은 불길과 함께 유독가스가 심하게 진동했다.

이 경사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불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순찰차량에 있는 소화기가 떠올랐고 꺼내어 집안으로 뛰어 들었다. 소화기를 뿌려 불길이 어느 정도 수그러 들자 현관 바닥에 깔린 매트를 이용해 안방에 쓰러져 있는 남편 A모씨를 안고 탈출해 두 생명을 구한 것이다.  

현재 A모씨 부부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재 역시 더 이상 번지지 않았다. 급박한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순찰차량에 비치된 소화기를 이용해 불길이 크게 번지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 경사는 “지금 생각하니 아찔하다. 당시에는 사람부터 구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같은 상황이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겠어요"라고 겸손하고 말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유독가스로 인해 아직까지 기침을 하고 있다. 조립식 건물 화재는 판넬 사이에 있는 스치로폼은 불로 인해 타는 것이 아니라 열로 녹아 유독가스가 발생할 경우 3초 정도면 사람이 질식사 할 수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다. 상황대처를 조금만 늦게 했더라도 모두 죽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경사는 6일 본지 인터뷰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이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어서 너무 다행스럽다"면서, "위험하고 아찔한 순간을 서로 모면해 고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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