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획취재>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강제윤 시인 - 거제 내도기행(1)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3.03.07 11:21
  • 수정 2015.11.11 10:4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 했으니 삶이란 그토록 소중한 것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원시림의 섬, 내도
거제의 섬, 외도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외도 바로 옆 섬 내도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안이 있으니 바깥이 있듯이 내도가 있으니 외도가 있다. 외도가 사람이 가꾼 섬이라면 내도는 자연이 기른 섬이다. 내도는 이 나라 섬 중 드물게 원시림이 살아 있는 곳이다.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 마을에서 바깥쪽에 있는 섬이 외도고 안쪽에 있는 섬이 내도다. 그래서 내도는 안섬, 외도는 밖섬이다. 내도는 본래 내조라도라 했다.

이 일대는 조라라는 지명이 많다. 조라는 거제의 7개 수군진 중 하나였다. 본래 옥개(옥포)의 동편 마을 중간에 라호(羅湖) 호수가 있었고 그 마을을 조라라 했다고 전하다. 구조라(舊助羅)는 옛 조라, 내조라도는 조라에 딸린 안 쪽 섬이었던 것이다. 본래 자라의 목처럼 생겼다 하여 조라목, 조랏개, 조라포, 목섬, 목리 또는 항리라 하였으며 성종 원년(1470) 거제칠진의 조라진을 두어 만호병정을 하였는데 임진왜란 후 선조 37년(1604) 옥포진 옆 조라에 옮겼다가 효종 2년(1651) 다시 돌아왔으니 구조라진이라 한 것이다.

외도 너머는 그 유명한 해금강이다. 내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 해금강지구에 속한다. 그만큼 보존가치가 큰 섬이다. 구조라 마을 선창에서 10분 거리니 손 내밀면 닿을 듯 지척이다. 면적 0.256㎢, 해안선 길이 3.9㎞에 불과한 작은 섬. 최고점도 131m로 아주 낮은 섬이다. 외도와 해금강이 관광객들로 넘칠 때도 한적하던 내도에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은 지난 2011년,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내도의 원시림 숲에 탐방로를 만들고 나서부터다.

탐방로는 온통 수 백 년 된 상록수 거목 터이다. 섬은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감탕나무, 까마귀쪽나무, 소나무 거목들로 신령스러운 기운이 넘친다. 이 나라 대부분의 섬들에는 오래된 나무가 드믈다. 일제 때 무차별적인 산림 수탈과 주민들의 땔감으로 벌목된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섬들은 다시 숲이 무성해 졌어도 거목들은 희귀하다.


그런데 내도는 어떻게 이런 원시림을 보존하게 된 것일까. 주민들에게 물어도 다들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주민과 대화중 단서 하나를 발견했다. 내도는 옛날부터 물이 부족했다 한다. 그것이 이유였을 것이다. 숲이 무성하면 대체로 물이 풍부한 법인데, 내도는 땅을 파도 물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한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물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물이 부족하니 섬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기 어려웠다. 섬에는 언제나 소수의 사람밖에 살지 못했다. 그렇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은 까닭에 숲이 보존될 수 있었던 거다. 사람이 많이 살았다면 진즉에 원시의 숲은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내도 같은 원시림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축복이자 희망이다.

이 나라 섬들에는 떠내려 온 섬 전설이 흔하다. 내도에는 외도의 형성과 관련해 떠내려온 섬 전설이 전한다. 옛날 옛적에 대마도 가까이에 있던 외도가 구조라 마을 앞에 있는 내도를 향해 떠오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놀란 동네 여인이 "섬이 떠온다"고 고함을 치자 섬이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고 한다. 그 떠내려 온 섬이 외도다. 그런 연유로 내도를 여자섬 외도를 남자섬이라 한다. 바깥은 남자의 영역이었으니 그렇다는 말이다. 1982년에는 내도 분교 운동장에서 선사시대의 유적인 조개무더기와 토기 등이 발견된 바 있다. 섬에 사람살이의 역사가 그토록 유구하다는 뜻이다.

구조라해수욕장 인근 구조라 항에는 두 개의 여객선 터미널이 있다. 외도와 해금강을 오가는 유람선 터미널이 하나고 내도행 도선장이 도 하나다. 내도행 도선은 구조라 보건 진료소 앞 부도에서 출항한다. 구조라와 내도 사이는 불과 10분 거리. 내도호와 내도2호 두척의 도선이 하루 다섯 차례 왕래한다.

여객이 전혀 없을 때는 도선이 휴항한다. 여객이 넘칠 때는 정규 운항 시간 외에도 수시로 오간다. 나그네는 11시 배를 타고 내도에 들어간다. 겨울이라 요즘은 여객들이 드물다. 이번 배편은 승객이 고작 4명, 그나마 셋은 낚시꾼이고 여행자는 나그네 혼자뿐이다. 여객 입출항 현황판을 보니 9시 첫배로 들어간 여객은 7명, 그들이 모두 내도의 숲길을 걸으러 갔다 해도 이미 섬을 한 바퀴 다 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그네는 섬길 전체를 온전히 혼자만의 것으로 만들 수가 있다! 이런 호사가 다 있나! 숲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내도의 숲은 전부 내차지가 되는 것이다. 욕심 사납다고 타박하지 마시라. 자연을 호흡하고 느끼려는 욕심은, 자연을 사랑하려는 욕심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가 더 많은 욕심을 부릴수록 자연은 더 온전하게 보존 될 수 있다. 북쪽에 사는 사람들은 혹한의 겨울에 여행 떠나는 것을 주저한다. 떠나 보지도 않고 “이 추운데 어딜 가겠는가.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이 최고지.”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떠나와 보라. 남쪽이 얼마나 따뜻한 지방인지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더구나 남쪽의 섬들을 걷기에는 겨울이야말로 제철이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