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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경미한 피해와 뺑소니 여부

최수영 법률사무소 은율 대표변호사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3.04.18 09:30
  • 수정 2015.11.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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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자신의 차량을 몰고 가다 도로 오르막길에서 신호대기 중에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량이 뒤로 밀리면서 바로 뒤에 있던 김씨의 차량과 부딪치는 접촉사고를 냈다. 최씨는 사고 후 차에서 내려 김씨와 대화를 나누다가 김씨가 수첩과 필기구를 가지러 자신의 차량으로 들어간 틈을 타 자신의 차량을 타고 현장을 벗어났다. 당시 피해자인 김씨는 사고 직후 통증을 호소했거나 외관상 상처는 없었고, 김씨 차량의 번호판만 조금 찌그러질 정도였다. 최씨는 일명 뺑소니로 처벌받을 것인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경우에는 그 차의 운전자는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는 일명 뺑소니로 처벌받게 된다.

도주차량운전자에 대한 처벌규정은 자신의 과실로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그 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는 행위에 강한 윤리적 비난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를 가중처벌함으로써 교통의 안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의 보호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로 사상을 당한 피해자의 생명·신체의 안전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고자 함에도 그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이 있다.

판례는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의 부위와 정도, 사고운전자의 과실 정도, 사고운전자와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더라도 일명 뺑소니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대판 2012도14114 판결 등).

사안의 경우, 피해자인 김씨가 사고 직후 통증을 호소하였거나 외관상 상처가 없었다는 점, 피해차량인 김씨의 차량에 부착된 번호판이 조금 찌그러진 것 외에는 파손 흔적이 없었던 점, 위 교통사고는 오르막길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최씨의 차량이 뒤로 밀려 김씨 차량의 앞 범퍼를 충격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보면 사고 운전자인 최씨가 실제로 피해자인 김씨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씨는 일명 뺑소니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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