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법률칼럼> 보이스 피싱에 의한 대출의 효력 여부

최수영 법률사무소 은율 대표변호사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3.05.09 09:32
  • 수정 2015.11.09 20:2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씨는 최근 금융범죄 수사관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금융사기단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씨 명의의 계좌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공범인지 피해자인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만일 피해자라면 금융감독원에 금융거래 조회를 보내야 한다고 했다. 필요한 사항으로 성명, 주민번호, 공인인증서 비밀번호와 신용카드 번호 등을 요구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얼떨결에 요구에 응한 김씨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수사관이라는 사람은 김씨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았다. 그리고는 김씨가 거래한 적이 없는 A저축은행으로부터 인터넷으로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대출금은 김씨 명의의 계좌로 입금되었고 그 후 대포통장으로 이체되었다. 이후 A저축은행은 김씨에게 대출금을 변제하라고 하였다. 김씨는 이에 억울해 하고 있다. 김씨는 A저축은행으로부터 그 전에는 어떠한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 김씨는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가.

최근 신종수법으로 인터넷 대출상품을 이용한 보이스 피싱이 늘어나고 있다. 수법의 대체적인 방식은 이러하다. 우선 보이스 피싱 사기범이 피해자들을 속여 개인정보를 얻는다. 그리고 나서 피해자 명의를 도용해 피해자가 거래한 적이 없는 저축은행 등과 대출계약을 맺는다. 물론 대출금은 이미 확보한 피해자 명의의 계좌로 입금되고 이후 대포통장으로 다시 이체된다. 사안의 경우도 그러하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금융기관에 대출절차를 엄격히 운영하도록 하였다. 제3자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대출계약서를 꾸밀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확인절차를 취하여야 한다. 만일 이를 게을리 했을 경우에는 대출의 효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단5088900 사건에서는 ‘H저축은행은 대출계약 신청서에 입력된 피해자들의 집 주소가 XXX-XXXXXX-XX번지라는 식으로 통상적이지 않고, 직장전화번호의 지역번호도 일치하지 않는 점을 보면 제3자에 의한 행위임을 의심하고 본인 확인을 위한 절차를 취했어야 했다’며 이를 게을리 한 금융기관에 패소판결을 내렸다.

사안의 경우, 김씨 명의로 된 대출계약서상의 기재내용이 통상적인 경우와 다르거나 의심의 여지가 있는 경우임에도, A저축은행이 본인확인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면 김씨는 대출금을 갚을 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