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부부는 결혼한 이후로 불화가 잦았다. 남편 김씨는 배우자 이씨에게 최근 협박과 폭행을 일삼다가 어느 날 이씨의 지갑에서 현금카드를 몰래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현금인출기를 통하여 500만원을 인출하였다. 김씨는 훗날 재판정에서 현금카드를 몰래 가지고 나올 당시 그 소유자인 이씨는 김씨의 법률상 배우자이므로 자신에게는 절도에 따른 형이 면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씨의 주장은 타당한가.
형법 제344조는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재산죄의 경우, 재산죄를 범한 사람이 피해자의 친족이라면 그 형을 면제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르면, 현금인출의 피해자가 배우자인 이씨라면 김씨는 그 형을 면제받게 된다.
사안과 유사한 사례를 보기로 한다. 대법원 2008년 6월 12일 선고 2008도2440 판결에서는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지급기에서 자신의 예금계좌로 돈을 이체시킨 후 현금을 인출한 행위가 절도죄를 구성하는지 여부를 다루었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지급기에서 계좌이체를 한 행위는 절취행위로 볼 수는 없고,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에서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한편 위 계좌이체 후 현금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행위는 자신의 신용카드나 현금카드를 이용한 것이어서 이러한 현금인출이 현금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볼 수 없어 절취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절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달리, 이 사안의 경우는 절취한 현금카드를 사용해 바로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한 행위에 관한 것이다. 이 경우, 피해자는 현금인출기 관리자가 된다. 따라서 현금인출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돈을 김씨의 지배하에 옮겨놓은 것이 되어 절도죄가 성립한다.
카드를 훔친 것과 관련하여 그 피해자가 이씨가 될 뿐, 훔친 카드를 사용하여 현금인출기를 통한 현금인출의 경우까지 피해자를 이씨로 보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대판 2013도4390 판결). 사안의 경우 김씨는 형 면제를 받을 수 없고 절도죄로 처벌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