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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 칼럼> 개그콘서트 보면서 혈당조절하기

양태영 태영21내과 원장

  • 완도신문 webmaster@wandonews.com
  • 입력 2013.10.09 21:06
  • 수정 2015.11.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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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 남자 사업가가 3개월동안 6Kg의 체중감소와 피곤함, 갈증을 호소하며 진료실에 들어왔다. 혈당측정을 제일먼저 해 보았는데, 혈당이 535 mg/dL, 당화혈색소(HbA1C) 14.2%, 소변에 당이 3+였다. 보통은 당뇨병 진단은 한 번에 하는 게 아니고 이틀 간격으로 두 세번 해 봐야 확진 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한 번의 검사로도 확진할 수 있을 만큼 심한 당뇨였다.

인슐린과 약물 병용치료를 권유했지만, 주사와 약 대신 운동과 식사조절을 먼저 해 보겠다고 했다. 혈당이 250mg/dL가 넘으면 운동과 식사조절만으로 혈당조절이 어렵고 합병증만 키운다는 것을 잘 알기에 설득했지만 개그콘서트의 소위 ‘버티고..’처럼 2주간을 약물치료 없이 버티다 더 초췌한 모습으로 방문하였다. 역시 혈당은 450 mg/dL로 높았고 체중도 3Kg 이나 더 줄어들었다. 당뇨조절을 위해 식사량을 줄였기 때문에 체중이 더 감소하고 무기력해졌던 것이다. 이제 의사선생님 하란대로 하겠다며, 5일간 입원 하면서 인슐린주사 맞는 법과 식이요법, 운동요법 및 혈당 측정법을 배우고 퇴원하였다.

일주일 후 환자가 다시 진료실에 왔을 땐 매우 밝은 표정이었다. 혈당이 120mg/dL로 잘 조절되어, 피곤함이 사라졌고 체중도 늘어나고 매일 건강식과 운동으로 체력도 향상되었다. 혈당조절이 잘 될 때의 ‘그 느낌 아니까’ 자연스럽게 혈당조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한 달 후 다시 병원에 내원했을 때 사소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혈당조절을 위해 칼로리계산을 너무 자세히 하려다 보니, 음식을 준비하는 부인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회식자리도 피하다보니 약간의 우울 증상이 있었고, 일상생활이 온통 혈당조절에 의존되어 있었다. 당뇨식이요법의 기본은 칼로리 계산이지만 일상생활에선 ‘눈대중’ 식이요법으로 해야 한다.

즉, 평소 본인이 먹는 보통의 식사가 몇 칼로리인지를 파악 한 후(영양사의 도움으로) 그걸 기준으로 식사종류와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피아노 천재 리스트는 악보없이 연주하는게 불가능해서 어떤 연주회든 악보를 일일이 보면서 악보에 충실히 연주했고, 브람스는 한 번도 악보를 연주회장에 들고 간 적이 없다고 한다. 브람스는 모든 걸 외워서 청중의 반응과 분위기에 맞춰 느낌대로 연주를 했던 것인데 이처럼 당뇨식사도 주요식품의 칼로리를 외워둔 후 상황에 맞춰 느낌대로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바로 ‘눈대중 식이요법’이다.

본 환자는 당뇨진단 6개월이 지난 지금도 혈당 변화가 환자기분을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 소라’이지만 눈대중 식사요법이 익숙해지면서 일상생활에 전혀 무리 없이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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