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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4주년 기념) 완도사람! 완도신문! 장한 발걸음!

완도신문 창간 24 주년에 부쳐(황풍년)

  • 황풍년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4.09.16 16:04
  • 수정 2015.11.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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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참 ‘시끌사끌’합니다. 사방팔방에서 뉴스가 쏟아집니다. 신문도 잡지도 가지가지인데, 방송도 종류가 어마어마합니다. 컴퓨터를 켜면 오만가지 인터넷 사이트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정보를 보여줍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온갖 소식들이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성가시게 합니다. 휴대용 전화기를 비롯한 디지털 전자기기들이 밤낮없이 신호음을 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쩔 때는 눈 딱 감고 귀 틀어막고 사는 게 차라리 속이 편하지 싶습니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고서는 밥벌이가 여의치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사람들 틈에서 웬만큼 관계를 유지해야만 사회생활이 가능한데, 뉴스나 정보가 그 연결 고리입니다. 하여 우리는 해외토픽부터 청와대나 국회의 정치뉴스, 연예인과 프로선수들의 시시콜콜 뒷담화까지 이야기들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뉴스든 정보든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습니다. 모든 매체는 궁극적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생산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하는 상품이면서 동시에 차곡차곡 축적되는 역사입니다. 결국 신문, 방송, 잡지, 인터넷 등 매체가 주목하는 지점이 역사의 중심이요 매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역사의 주인공일 수밖에 없습니다.

“와따메! 서울은 저참에 사고로 난리굿이란디 우리 지역은 조용흐그마.”
“쬐깐흔 동네에서 먼 일이 있을라고? 하기야 누가 갈케줘야제 말이지 통 깜깜흐시.”

날마다 텔레비전 뉴스를 꼬박꼬박 챙겨보고 명색이 중앙지를 들춰 보면서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이 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빠삭하게 꿰는 것 같지만 정작 저마다 발 딛고 사는 지역은 노상 변방에 머물러있고 지역 사람들은 좀처럼 매체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탓입니다. 세계적인 사건이나 유명인들의 사생활, 중앙정치의 복마전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것은 그저 구경하는 재미요 술자리의 안줏감에 불과할 뿐 우리네 삶과 별반 구체적인 관련성이 없기 십상입니다. 여러 가지 매체를 끼고 살면서 세상 이치에 훤한 사람인데 지역 돌아가는 형편에 무감각하고 이웃의 아픔 따위를 까맣게 모르고 있다면 가히 ‘헛똑똑이’가 틀림없을 겁니다.

얼마 전 전국 곳곳에서 마을 신문이나 잡지를 발행하는 일꾼들 100여 명이 한데 모인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아주 작은 마을공동체 이야기를 담는 매체도 있고 좀 크게는 군 단위를 아우르는 정기간행물도 있었습니다. 각각의 처지는 다르지만 “더 이상 큰 뉴스, 전문가들의 문화, 남들의 이야기를 구경만 할 수 없다”는 게 한결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매체를 향한 다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컨대 인구 140만 여명이 거주하는 광주의 뉴스도 매일 한 꼭지가 나올까말까 하는 신문이라면 완도처럼 작은 지역은 오죽하겠습니까. 오늘날 서울 등 대도시 중심으로 뉴스와 정보가 생산되는 모든 매체의 한계는 바로 나머지 지역을 소외시키고 지역 사람들을 한사코 구경꾼으로 전락시킨다는 것입니다. 그 폐해를 직시하고 지역 중심의 매체를 곧추세우려는 움직임이 꿈틀대는 현장에 서니 벅찬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하물며 24년을 오로지 완도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역사를 기록해온 완도신문입니다. 때로는 지역의 권력이나 돈과 불화하면서도 꿋꿋하게 이어온 숱한 날들에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그 지난했던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지역 언론으로 완도 사람들의 마음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는 세월이었습니다.

건강한 지역 언론은 건강한 지역공동체의 소중한 자산이요 지역 사람들의 자긍입니다. 오늘날 지역의 삶과 문화를 전파하고 기록하는 일은 시대적 소명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도 아니요 편협한 지역주의도 아닙니다. 그것은 발 딛고 사는 ‘지금 여기’를 기록함으로서 모든 사람살이의 보편적 가치와 문화다양성, 궁극적으로 인간존엄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마을 만들기’ 열풍을 타고 부는 작은 매체 운동이 불고 있는 요즘, ‘완도사람! 완도신문!’의 역사는 성큼성큼 앞서가는 장한 발걸음입니다.

황풍년<전라도닷컴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