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바람과 함께 살아지는 꽃

완도에서 피는 꽃 ⑫ 해국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4.10.23 04:27
  • 수정 2015.11.16 14:2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 한 방울 만나기 힘든 여름 뙤약볕 아래 용케 살아남았다. 모진 태풍과 폭우도 견뎌냈다. 칡 같이 투박한 뿌리를 바닷가 바위틈에 깊게 내리고 위태롭게 살아 끝내 보랏빛 꽃을 피웠다.

모름지기 해국이라면 의당 이래야 하는 것처럼 길 건너 산기슭 풀숲에 벙실벙실 흐드러지게 피었건만 그들에게는 눈길조차 안 간다. 왠지 서로 기질이 다를 것 같다. 그저 바위처럼 듬직하게 피었다.

지난 2010년 환경부가 세계유전자은행에 염기서열을 등록하면서 독도 해국이 널리 알려졌다. 우리 곁에는 완도 해국이 바람과 함께 살아 변함없이 피었다가 진다.

최근 완도에서 신종식물이 발견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반면 우리 곁을 떠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수많은 종들의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여름 태풍이야 능히 이겨낼 것이지만 사람들의 웰빙 바람을 피해갈 수 없어 대신리 야산에서 자라던 바위솔은 와송으로 개명한 뒤 작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완도 바닷가 어디라도 해국만은 여전히 바람과 함께 살아진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