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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맛 난대서 ‘조선바나나’

완도의 야생화: 으름덩굴/으름덩굴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4.23 00:54
  • 수정 2015.11.0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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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 때 꽃이 피는 으름덩굴은 한 줄기에 암꽃과 수꽃이 따로 또 같이 핀다. 암꽃은 더 큰데 귀하다. 반면 수꽃은 작고 수가 더 많다. 나무 줄기를 타고 오르는 으름덩굴은 ‘조선바나나’로 유명하다. 여물어 익은 열매는 9~10월쯤에 쩍 벌어지는데 안의 속살 맛이 바나나 같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흰색 살 속에 굵고 검은 씨가 하도 많아 추려내 먹기도 애매하고 또 씨를 삼키기는 더 꺼림하다. 늙은 으름덩굴 줄기는 칡덩굴처럼 굵은 놈도 있다.

10년 전 빈병을 줍던 시절이었다. 완도읍에서 고물을 줍던 한 할아버지와 나는 상부상조하는 사이였다. 그는 내게 빈병을 주고 나는 그분께 고철을 드렸다. 그런데 할아버지 곁에는 암으로 고생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항상 약초를 물에 끓여주었는데 무장 구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으름덩굴을  다려먹은 덕분에 할머니의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고 할아버지는 굳게 믿었다. 나 혼자 알고 있던 깊은 숲에서 수십 년 묵은 으름덩굴 줄기와 뿌리를 지게 가득 구해다 드린 적 있었다. 할아버지의 지극한 보살핌에도 할머니는 먼저 돌아갔다. 할아버지는 그 때를 잊지 못하고 나를 만나면 늘 식당으로 이끌곤 했다.

인터넷에서 으름덩굴을 검색하면 만병통치약처럼 소개된다. 버릴 게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당장 이걸 찾아 온 산을 뒤지지는 마시라. 어느새 귀한 몸이 되었으니 차라리 오일장 약초상을 찾는 게 더 빠른 일이다.

으름 꽃을 만나니 이제 고인 되신 그 할아버지가 그립다. 나의 봄날도 간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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