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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배려하면 줄일 수 있다

도로는 인간이 안겨준 야생동물의 천적

  • 김영란 기자 gjinews0526@hanmail.net
  • 입력 2015.05.06 17:01
  • 수정 2015.11.0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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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읍을 벗어나 완도대교 방향의 13번 국도를 지나는 운전자라면 핏덩이가 돼 흉물스럽게 널려 있는 야생동물의 주검을 자주 목격했을 것이다.  이곳을 지나는 운전자들도 갑자기 나타난 야생동물에 당혹스러웠을 것이지만 주검으로 변한 야생동물을 보면 생명의 귀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물론 야생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 것은 이곳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더 큰 고속도로나 작은 지방도 등 사정은 마찬가지다.  처참한 주검으로 내뒹굴고 있는 동물의 경우 야생고양이, 고라니, 너구리뿐만 아니라 길을 잘못 들은 유기견까지  다양하고 그 수는 셀수 없을 정도다.

얼마 전 이른 아침 기자가 이곳을 지났을 때 잠시 눈을 의심케 하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어미와 새끼로 보이는 고라니 두 마리가 중리마을 인근 생태통로(로드킬저감시설)아래 서 있었다. 너무 당황해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행여 고라니가 놀라 차도로 뛰어들진 않았을까! 완도를 벗어나는 동안 내내 걱정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생태통로란 자연환경보전법 제2조에 의해 도로나 댐건설 등으로 인해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단절되거나 훼손 또는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고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돕기 위해 설치하는 인공구조물 또는 식생 등의 생태적 공간을 말한다.

그 후로도 13번 국도를 지날 때마다 크고 작은 동물들의 주검을 목격하면서 거두어 주고 싶었지만 뒤 따라오는 차량들때문에 생각에만 그치곤했다.

완도대교에서 완도읍 사이 13번 국도내에는 도로건설로 인해 산이 끊어진 곳은 3군데 이상된다. 이중 단 한 곳에 생태통로가 있다. 그런데 이곳조차도 동물들이 차도로 쉽게 넘어올수 있도록 됐다. 생태통로를 건설할때는 도로의 지형적‧구간별 특성과 주변환경 등 요인을 고려해서 만들어져야 하나 그렇지 못한 형식적 생태통로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렇게 인간들의 무분별한 도로건설과 환경파괴로 자신들의 서식지를 잃어버린 동물들이 갈 곳을 잃고 헤메거나 길을 잘못 들어 변을 당하고 있다. 이렇게 도로는 인간들이 야생동물들에게 안겨준 천적이다. 자신들의 서식지를 인간들에게 내주고 목숨을 내걸고 도로를 건너야 하는 야생동물들을 이젠 더 이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하는 껄끄러운 것들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젠 자연을 양보한 야생동물들에게 최소한의 배려가 필요한 때이다. 물론 이곳 13번 국도의 유지관리는 국토유지관리공단의 소관이다. 하지만 이곳 주변에는 고라니뿐만 아니라 여러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만큼 군 차원에서도 시급히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는게 환경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들이다.

야생동물보호협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로드킬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주로 일몰 이후나 심야시간대이다. 또한 야간운행 중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시 최대한의 대처시간을 벌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속도를 줄이는 방법이며, 지속적인 상향등을 사용하지 않은 방법을 조언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인간들을 위해 자신들의 서식지를 양보한 이들에게 우리도 당시 대처할 수 있는 방법 하나 정도씩은 숙지해 실천하는 배려를 가져봤으면 한다.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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