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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 대접 받던 잡초

완도 야생화: 쇠비름/쇠비름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6.11 09:56
  • 수정 2015.11.0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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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양파 뽑아낸 자리에 있는 듯 없는 듯 납작 엎드려 있다. 사람 발에 채이고 밟혀도 끄떡없다. 오히려 그 틈에서도 작고 노란 꽃을 피웠다. 꽃이 채송화를 닮았고 아이의 새끼손까락 손톱만큼 작다.

쇠비름. 뽑아내 뙤약볕에 말려도 비만 살짝 내리면 다시 살아나는 질긴 놈이다. 초강력 제초제 그라목손을 쳐도 살아남는 질기고 독한 놈. 잡초 중 최고 잡초다.

이 쇠비름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기 절정이었다. 설탕에 절여 효소를 담고 나물로 먹는 등 야단법석이더니 오일장에서도 귀하디 귀한 대접을 받았다. 겨우 한 주먹에 오천원이었으니. 항암에다 뭐다 오만 디 다 좋은 만병통치약으로 한때 개똥쑥이 그러더니 쇠비름 차례였다. 제초제에도 버티던 잡초가 그때 정말 멸종하는 줄 알았다. 참으로 덥던 그해 여름, 쇠비름은 생사의 고비를 넘고 있었다. 하지만 비록 몸은 피곤했어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잡초에서 약초로 둔갑했으니 이만한 신분상승도 없을 것이다.

이제 다시 상황은 돌변했다. 올해 봄부터 지금까지 오일장에서 쇠비름은 더 이상 보기 어렵다. 다시 잡초 신세다. 불행 끝, 행복 시작이다. 아니 행복 끝, 불행 시작인가?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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