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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예산들인 굴 패각 파쇄기 "있으나 마나"

용량 부족, 장소 멀다는 이유 등으로 사용 안해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7.23 10:14
  • 수정 2015.11.0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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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면 항동리에 설치된 굴 패각 파쇄기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지난 겨우내 항동리 어민들은 패각을 파쇄하는 대신 인근 지역에 매립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나마 항동리는 다른 마을에 비해 나은 경우라고 했다.


해양 오염을 줄이고자 도입한 굴 패각(껍질) 파쇄기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굴 패각기는 관내 굴 양식지인 고금면 4개 마을(농상리, 회룡리, 상정리, 항동리 등)에 지난 2013년 각각 1대 씩 총 4대가 지원됐다. 파쇄기 1대당 가격은 2,800만원으로 군이 2,000만원을 지원하고 마을 어촌계가 800만원을 부담했다. 부지를 포함한 설치 비용 등을 감안하면 마을 부담도 1,000만원 이상이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군 예산과 마을 부담이 적지 않게 들어간 굴 패각 파쇄기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마을 주민들은 "파쇄기의 처리 용량이 작다"고 지적했다.

한 마을 어촌계장 A씨는 “현 파쇄기로 경운기 적재함 1대 분량(약 1톤)의 패각을 파쇄하는 데 30여 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A씨는 또 “껍질에 달린 끈을 일일이 짧게 잘라야 하고 패각을 충분히 말리지 않으면 분말이 떡져 기계가 멈추기도 한다”라면서 파쇄기 이용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마을 어촌계장 B씨도 “현재 보급된 파쇄기는 통영 지역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정도의 크기로 마을이 공동으로 사용하기에는 용량이 너무 작다”고 말했다.

파쇄기 설치 장소도 문제로 지적됐다. 설치 장소가 주민들의 작업장과 멀리 떨어져 있어 고령의 작업자들이 패각을 경운기 등으로 실어나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파쇄된 굴 패각 분말 처리도 고민거리다. 애초 분말을 전량 가져가겠다는 업체가 있었으나 아직까지 체결된 계약이 전혀 없는 상태로 몇몇 어민들만이 분말을 논밭이나 과원에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많은 돈을 들인 파쇄기는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주민들은 여전히 관행처럼 굴 패각을 바닷가에 매립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을마다 매립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군 수산양식 관계자는 “현 문제에 대한 원인과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어민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을 들여 보급한 파쇄기를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사용조차 않는 어민들의 잘못도 크다”고 지적했다.

고금면 굴 양식 어민들은 굴 패각을 바닷가에 매립해 왔다. 이는 심각한 해양 오염을 초래했고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냄새와 파리, 모기 등 해충으로 인한 피해 또한 크다.

2012년 작업장 인근 바닷가에 굴 패각을 매립하던 고금면 화성리 주민들이 집단으로 당시 해경에 고발돼 결국 어민들 각자가 벌금형을 받은 적 있다. 굴 패각 파쇄기는 이 사건 이후 도입된 사업으로, 패각을 분말 처리해 환경 오염을 막고 또한 자원으로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한 것이었지만 본래 취지와는 달리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고려 없이 도입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과 고액의 부담으로 구입한 마을 공동재산을 불편함을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어민들의 태도가 함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청정바다 수도를 선포한 만큼 취지에 걸맞는 적절한 보완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남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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