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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명이 해수욕장을 오염시켰다?

박남수(완도신문 편집국장)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08.11 16:55
  • 수정 2015.11.0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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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일 오후 5시 약산 가사리해수욕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당일 이용객 3,000명을 넘겼을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짧은 해수욕장 난간에는 약산청년회 명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모래 위 굴 껍데기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 많던 예전의 모래는 없고 모난 돌에 굴 껍질만 하얗게 날을 세우고 있다. 구조탑도 없고 딱히 구조대원이랄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상황실’이라 적힌 콘테이너 옆 평상에 있던 청년 셋 중 둘이 수상인명구조자격을 갖춘 대학생 알바였다. 구조대 문구나 구조선은 보이지 않았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해상에 해경 경비정 한 척이 떠 있다.

샤워장과 공중 화장실을 지나 방파제 쪽으로 향하자 진한 암모니아 냄새가 났다. 모래밭에서 물양장까지 대략 3미터 높이인데 둑 윗부분에 돌출된 작은 파이프 끝에서 액체가 콸콸 나오고 있었다. 갯벌이 드러난 바닷가로 누런 액체가 떨어져 흥건하게 고였다. 거기서 화장실까지는 대략 50미터 정도 거리다.

주변 텐트에 있던 광주에서 왔다는 중년 피서객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풍향이 바뀌자 악취가 심해 텐트를 옮겼다고 했다. 환경단체라도 있다면 제보하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돌아오는 길에 구조 ‘알바생’에게 이것저것 물었으나 청년회 사무국장을 호출했다. 당목 초소에 있는 해경이 하루에 몇 번 순찰 나오고 119나 의료원 인력은 배치되지 않았으며 모래 정비나 쓰레기 정화 때 면사무소 직원들이 고생했다고 전했다. 평시 해수욕장은 청년회가 관리한다고 했다. 구조탑도 설치되지 않았다. 해경의 구조선이나 제트스키도 없었다. 결국 안전대책이 세월호 이전보다 오히려 못한 상황이다.

지난 6일 정인호 약산면장은 “예상 밖에 피서객이 증가해 하수처리 용량이 초과돼 발생한 사고였다”며 “그후 3일 동안 내부 분리막을 청소하고 분뇨를 수거해 불편을 해소했다”고 했다. 정 면장에 따르면, 가사리해수욕장 오폐수처리시설은 지난 2004년에 준공됐는데 처리 용량이 1일 35톤이며 최대 50톤이지만 당일은 3,000명 인파가 몰려 처리용량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관내 마을 하수처리 시설 33개소를 위탁관리하고 있는 K업체 관계자는 이번 오염사고의 원인을 오폐수 처리용량 한계 탓으로 돌렸다. 결국 3,000명이 문제였다.

완도군 상하수도사업소 오병수 담당도 “기존 시설에 비해 처리용량이 초과됐다”며 미처 예상하지 못한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 담당은 “개장 전에 분리막 청소라도 제때 했으면 이번과 같은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보강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충분히 예방 가능한 상황이었음을 밝힌 대목이다.

이튿날인 8월 3일 아침, 배출되는 양이 줄었음에도 5분이 채 되지 않아 1리터 정도 오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안에 모기 유충 10여 마리와 성충 2~3마리를 잡았다. 사전 점검으로 충분히 예방 가능했음에도 그날 가사리해수욕장 이용자들은 안전 여건이 미흡한 상황과 오염된 환경에서 위험하고 불쾌한 물놀이를 즐겼다.

올 여름 약산 가사리해수욕장은 불안전하고 불결했으며 심지어 위험했다. 올해 이곳을 방문한 수만 명이 내년에 다시 약산을 찾을까? 아니 그날 문제의 3,000명이 가사리를 다시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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