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조선 왕이 선택한 잡초, 방동사니

완도 야생화: 방동사니/사초과

  • 박남수 기자 wandopia@daum.net
  • 입력 2015.10.22 13:25
  • 수정 2015.11.02 22:4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동사니는 벼를 수확하는 요즘 한창 꽃이 핀다. 논이나 밭둑, 풀밭 어디라도 자란다. 알방동사니(사진), 금방동사니, 참방동사니, 쇠방동사니, 방동사니대가리 등 종류도 많다.

잡초라는 이유로 우리들 대부분이 그 존재를 모른다. 그런데 200여년 전에 조선의 왕이 친필로 그린 그림 속에 방동사니가 등장한다.

18세기 후반에 개혁군주 정조가 그린 그림이 몇 점 전하는데 그 중 2점이 파초도와 국화도로 둘 다 보물이다. 국화도는 바위 틈으로 솟은 국화 세 줄기가 활짝 꽃을 피웠는데 그 주변에 등장한 조연이 다름 아닌 방동사니다.

조선의 왕이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도 의외였지만 왕손으로 태어나 궁에서만 자랐을 정조가 어떻게 무논에서나 볼 수 있는 방동사니를 그리게 됐을까?

국화도 구도의 세련미도 볼 만하지만 그림 우측 상단에 찍힌 낙관의 의미도 남다르다. 萬川明月主人翁(만천명월주인옹)으로 ‘수 많은 하천을 환히 비추는 달의 주인’이라는 뜻이니 정조의 욕심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전혀 없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달의 주인이 자신이라고 도장에 새겼다는 왕이 친히 그림의 소재로 선택한 잡초 방동사니를 우리는 전혀 모르고 산다. 우리네 삶이 왕보다 나은 것인가? /박남수 기자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