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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 녹여주는 따끈한 굴국 한 그릇완도 토박이 어르신과 식탐 처자 봄이의 맛집 기행 ⑭ 왕해장국 굴국
봄이와 어르신 | 승인 2015.11.05 11:39


병아리 눈물만큼 비가 내리더니 가을이 실종됐다. 뼛속으로 찬바람 스미는 날씨에도 해안가로 빙 둘러앉은 굴 막에선 바다에서 끌어올린 각굴 민물에 씻고 조새로 톡톡 두드려 까는 소리로 섬마을이 분주하다.

봄이- 갑자기 추워지니 머리가 멍하고 기운이 없어요.

어르신- 따끈한 국물에 밥 한 공기 말아 먹고 나면 힘이 날거다. 왕해장국에 가서 굴국 한 그릇씩 먹자꾸나.

봄이- 뽀얀 국물 속에 오동통한 굴 좀 보세요. 굴이 탱글탱글 영글었어요.

어르신- 고금도산 굴을 넣어서 그런지 입 안 가득 바다향이 고이는구나. 앞으로 3월까지는 굴 채취하고 까느라 굴 양식하는 사람들 허리 펼 날 없이 바쁘겠구나.

봄이- 한입 베물면 알맞게 익은 굴이 톡 터지면서 향긋한 굴의 향기가 퍼져 코와 입을 자극해요.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안에 맛과 영양이 다 들어있는 것 같아요.

어르신- 싱싱한 굴에서 풍기는 향도 좋지만 담백한 우윳빛 국물이 시원하고 좋구나. 몸이 사르르 풀어지면서 마음까지 따듯하게 녹여주는 것 같지?

봄이- 정말 몸이 훈훈해졌어요. 굴이 몸에 그렇게 좋다면서요?

어르신- 굴을 바다의 우유라고 하잖니. 굴이 남자들 정력에 얼마나 좋은지, 한때 세계 최고의 연인으로 불리던 카사노바가 매일 밤 굴을 50개씩 먹었다더구나.

봄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지만 특히 어디에 좋은지 알겠네요. 다른 지역에선 굴로 만든 음식을 쉽게 사먹을 수 있거든요. 굴찜, 굴구이는 물론이고 굴전, 굴보쌈, 굴무침을 함께 내놓고 굴 정식이라며 팔고 있는데 완도에선 굴로 만든 음식을 쉽게 사먹을 수 없어 아쉬워요.

어르신- 그러네. 조개구이와 함께 나오는 굴 말고는 굴로 만든 음식을 먹어 본 기억이 없구나. 굴이 밑반찬으로도 좋지만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인데 말이야. 이곳 밑반찬도 맛있지?

봄이- 맛도 맛이지만 잘 익은 김치와 반찬에서 정성이 느껴져요. 구운 김에 간장 찍어 먹으니 맛도 좋고 완도밥상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밥집은 밥이 으뜸으로 맛있어야 하는데 찰지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이 정말 꿀맛이에요. 하루 종일 밖에서 외식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집 밥’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잖아요. 밥이 맛있으니 집 밥 먹는 것 같아요.

어르신- 다른 식당에선 보통 한꺼번에 많은 양의 밥을 해놓는데 이 식당은 그때그때 밥을 한단다. 그러니 주방에서 일하는 분이 얼마나 힘들겠니. 그 노고와 정성 때문에 밥이 맛있는 거란다.

봄이- 11월 4일이면 딱 18년 동안 이 식당을 하시는 거라네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쉬는 날도 없고 세끼니 장사를 다하고 있다니 정말 대단해요. 주방에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시는 주인아주머니나 배달까지 다니시는 주인아저씨 모두 존경스러워요.

어르신- 모든 부모가 그렇다만, 자식들 키우는 기쁨으로 힘든 노동도 달게 견뎌내신 것 아니겠니.

봄이- 이 음식 안에는 연륜이라는 양념 몇 스푼과 사랑 한 수저 반, 맛있게 먹는 손님들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자긍심 몇 스푼이 잘 배어있는 것 같아요. 굴국 한 그릇이면 겨울 추위도 거뜬할 것 같아요. 진짜 별미를 만드시는 두 분 모두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봄이와 어르신  wando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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