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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나의 하루

  • 한정화 기자 natura67@naver.com
  • 입력 2016.08.11 17:16
  • 수정 2016.08.1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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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해미원 대표)

더위도 웬만해야지, 징하다 징해……. 바닷물까지 끓일 듯 해가 바다를 덥힌다. 이렇게 더웠던 적이 언제 있었나!
더운 날씨에 관광지인 완도가 장사가 잘 되어야 하는데 심상치가 않다. 우리 회사가 해변도로에 있어 여름철에 늘 붐볐던 곳인데 더위 탓일까! 올해는 관광객이 너무 없다.

신지 명사십리를 가도 그렇고 정도리를 가도 그렇고, 청산도도 예년 같지 않다. 어렵긴 다 마찬가지인 듯하다. 어민이나 장사하는 사람이나…….

그래도 이 나라는 살만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1987년 외항선을 처음 탈 때 지금의 올림픽 개최지인 리우데 자네이로를 갔는데 그 당시는 남미가 우리의 생활 수준을 앞섰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 호텔 수세식 변기 옆에 비데가 무슨 용도인지 몰랐던 우리였다. 지금은 완도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정말 많아 보인다. 돈 벌러 오는 나라가 된 것이다.

젊은 시절 해양계 대학을 나온 탓에 100여개 항구를 다녀 보았지만 내 고향이어서가 아니라 이만한 아름다운 항구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정말 완도항이 좋다.

완도 사람은 분재 나무를 굳이 집에 둘 필요가 없다. 주도 쪽에 창문을 내면 아름다운 분재가 늘 둥둥 떠 있다. 자세히 보면 계절마다 옷을 갈아 입는 운치가 있다.

완도의 집들은 정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차로 5분 거리의 정도리는 어떤 왕조도 꾸미지 못할 몽돌의 해안과 숲이 있다.

고등학교, 대학, 승선포함 10년을 빼면 40년을 완도에서 살았다. 지겨워하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관계성에서 받는 애증과 고통도 정도리 숲을 지나 대양의 바다를 보면 힐링이다.

자연은 종교다음으로 창조주가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절대적 치료제이다.

10여년전 정도리 숲 해설가로 자원봉사를 할 때 학생들에게 숲에 대한 지식을 넣어 주려고 애썼던 기억이 후회스럽다. 숲을 느끼도록 했어야 하는데……. 해설보다 느낌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우리네 삶이 그런 것 같다.

우리는 크기와 부피에 놀라고 깊이에 감동하지 못한다. 모두 목소리가 커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되는가 싶은 것들을 너무 정당하게 행동하는 사회다. 나쁜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데 속도가 너무 빠르다. 삶은 속도보다 방향인데 나를 포함 우리네 생활엔 방향이 없다. 요즘 생각하는 짧은 단문의 개인적 정의다.

이 나이에 일기(日記)라…. 큰 획을 긋는 인생테마는 없어도 아내의 암 투병, 최근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는 삶의 여정 속에 나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가 생각나는 요즘 마음이다.

……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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