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공감하는 자세

전문가 칼럼

  • 법공 스님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08.26 11:28
  • 수정 2016.08.29 10:11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공(완도신흥사 주지)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장대비라도 한 번 내려 더위를 꺾어주기를 바라지만 소식은 없다.

무더위가 한창이었던 7월 말 사단법인 장보고 아카데미에서는 장보고대사의 발자취를 찾아 일본에다녀왔다. 5박6일 일정으로 오사카와 교토인근의 사찰과 장보고 대사의 기념비를 찾아 참배했다.

이번 참가자는 초등학교 4학년에서 6학년까지이다. 인솔교사7명이 36명을 7개조로 나누어 일정을 함께 했다.

이런 단체생활에서 제일 우려되는 것은 개인적인 행동으로 안전사고의 위험이 걱정된다. 그러나 낯설고 피곤한 가운데에서도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여행을 즐겼다.

이번 탐방기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교토의 아름다움이나 오사카성의 웅장함도 아닌 인솔교사들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특히 초등학생 특유의 자유롭고 호기심 많은 성향을 받아주고 이해하는 공감능력은 옆에서 보고 있는 스님으로서도 감동적이었다.

평상시 주지로서 많은 신도들과 대화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공감하려고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탐방 기간 내내 인솔 교사들의 모습은 친절과 공감이 진실로 우러나와서 내게 감동을 주었다.

나는 평소 어린 학생들에 대한 공감의 자세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인솔 교사들의 행동을 보며 이론과 실천이 다르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진심어린 공감에 대해서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어원을 보면 'empathy(공감)란'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열정을 내 안에서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 능력은 어떻게 발달할까?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생후 18개월 무렵이면 공감 능력이 본격적으로 싹트는 시기라고 한다. 하버드대학 교수팀은 흥미로운 실험을 했었다. 18개월 된 아이들 앞에서 무거운 책을 들고 캐비닛을 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가와 문을 열어준 것이다. 생후 18개월 된 아이에게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이타적인 마음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예다. 만 2세가 되면 자의식이 생기면서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급격하게 발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공감 능력은 아이가 먼저 부모로부터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나서야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즉, 발달 과정상 내가 먼저 엄마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부모의 역할이 지대하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기 좋아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하며 공감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따라한다는 것이다.

만 4세가 되면 성인과 동일한 공감 능력을 갖게 되는데 이 시기에 키운 공감 능력이 평생을 간다고 한다. 좀 더 정리해보면 공감 능력은 태어난 순간부터 선천적으로 가진 능력이지만 어릴 때 어떤 경험을 쌓느냐에 따라 개인차가 크게 생긴다고 한다.

또한 공감능력에는 남녀의 차이가 있다. 생후 24개월의 남녀 아이에게 엄마가 망치에 손을 다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여자아이는 엄마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보며 금세 눈물을 글썽이지만 남자 아이는 아픈 엄마를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똑같은 상황에서 여성들은 금세 주변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하지만 남성들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이는 뇌 구조의 차이로서 여자가 남자에 비해 공감 능력이 좀 더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정한 공감이란 혼신을 다해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다. 혼신은 단순히 귀로만 듣거나 이해하여 듣는 것과 다르다. 모든 기능적인 것을 비판단적으로 비울때 그때 온전한 존재로 듣게 된다.

공감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지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 동의하는 것이 아니다. 즉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친절하게 반응하는 것이지 무조건적인 찬성은 아닌 것이다.

지난 5박6일간 초등학생들과 같이 생활했던 인솔교사들의 모습도 이와 같았다.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잘못이 있을 때는 부드럽게 타이르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가르치고 통제하는 어른으로서가 아닌 함께 소통하는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섰기에 학생들은 힘든 여정과 불볕더위를 이겨내며 원만하게 탐방을 마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교사들의 헌신적인 봉사에 감사드리면서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공감의 자세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