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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첫연애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완도신문 | 승인 2016.12.09 09:06
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공부에 전념하겠다고 휴가까지 받았으면서...
나는 왜?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동화되어 통통 튕겨 날아가고 싶은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는 병원 보수교육으로 병원 메니저와 슈퍼바이저들 앞에서 환자를 대하는 bedside 테크닉들을 시범하였다. 환자도 없는 빈 침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나를 소개하고 체크리스트에 담긴 모든 내용들을 역할극처럼 얼굴도 붉히지 않고 끝내고 나니 뜨거운 찬사들이 터져 나왔다. "액셀런트! 와아~ 너의 환자가 부럽다 부러워!" 본래 미국에서는 칭찬이 후하다. 그러나 그 칭찬에 부풀어오른 아이는 날아 오르는 수소풍선처럼 떠올라 내려오질 않는다. 집에 돌아오며 바라보는 풍경 속에는 어느덧 텍사스의 가을도 성큼 다가와 있었다. 하늘은 옅은 잿빛으로 깔려있지만 어울리는 가을의 다채로운 색감들은 다가가 폭 안기고픈 강렬한 유혹이었다. "아... 제발, 나를 위해 일 주일만 더 기다려 주렴!"
집안 청소를 하다가 낡은 사진 한 장을 발견하였다. 그 곳에 다소 촌스럽지만 수줍게 웃고있는 나를 보았다. 그 미소를 찬찬히 들여다 보니, 그 시절의 설레임과 감동이 햇살처럼 쏟아져 내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매립되지 않았던 긴 뚝길을 수고생들과 여고생들이 삼삼오오 걸어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등.하교시에 느껴지던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을 다독이며 '목마와 숙녀'를 외우고 시에 몰두하던 겨울의 문턱이었다.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는 문학의 밤을 계획하고 나에게 자작시를 낭송해 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자작시!! 아... 말도 안돼! 어트케... 어특하지!" 시인들의 시들은 무척 좋아했었다. 시를 한 올 한 올 가슴으로 머금어 음미할 때 느껴지던 심연의 깊은 울림들...
그것이 좋아 틈만 나면 시를 암송하긴 했었지만 이제 나는 자작시를 써야만 했었다. 밤을 꼬박 새면서 어휘들을 불러 모아 사랑아닌 씨름을 시작했었다. 어둠 속에서 강렬한 느낌으로 만 품어 낳은 아기같은 시를 나는 또박 또박 적어 내려갔다. 행사가 시작되고 어둠이 몰려오자 기대했던 거 이상으로 완도에 살고있던 청소년들이 교회당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었다. 아... 내 심장은 쉴세없이 두근거렸고 나는 긴장과 초조함으로 후끈 달아 오르고 있었다.
남학생 앞에서 말 한 마디 못하던 내가 교회당 가득히 남학생들이 주목하는 가운데서 자작시를 낭송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정말 큰 도전이었다. 무대에 올라가니 캄캄한 실내에 나에게만 조명이 비추어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마이크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한 구절 한 구절 자작시 낭송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어떤 남학생이 앞으로 걸어오더니 나에게 꽃을 주었다. 내 얼굴은 부끄러워 더 빨개지고 두근대던 심장은 터질듯이 쿵쾅거렸다. 아... 그런데, 그 날 나에게 꽃을 주었던 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나를 좋아했던 걸까? 아니면 모든 출현자에게 전부 꽃을 주었던 걸까? 생전 처음으로 받아 본 꽃... , 그런데 아쉽게도 나는 그 기억들이 잘 떠오르질 않는다. 그 날, 나와 함께 사진을 찍은 저 친구들은 모두들 어디에서 어떻게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걸까? 그들에게도 분명히, 나처럼 많이 흥분된 그런 초겨울 밤이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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