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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흉상 철거,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 역사 가르쳐야

[완도논단]김정호 발행인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6.12.30 08:46
  • 수정 2016.12.3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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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는 두가지
부끄러움이 있다.
하나는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모르고
저지른 역사
또 하나는
부끄러운 역사임을
알고도 그걸 고치지 못하는 역사다.
우리는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

반기문 유엔총장 동상, 비판 일어나
김종식 전군수 흉상, 반 총장 비슷

반기문 유엔총장이 2010년 고향인 충북 음성에 동상을 세운 것을 두고 뒤늦게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반 총장이 19대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2위를 다투며 부상하면서 6년 전에 세운 동상에 대해 살아 있는 사람에 대한 성역화, 우상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반기문 총장 동상 건립 3년 뒤인 2013년, 아시아 최초로 지정된 슬로우시티 청산도에 당시 현직 김종식 완도군수 흉상을 세워 비슷한 지적을 당했다. 흉상 제막식에 군수가 직접 참석하여 ‘해외토픽감’이라고 놀림까지 당한 경험이 있다. 세계 많은 지도자들도 동상을 세우곤 한다. 그러나 사후에 평가를 거쳐 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기문과 김종식, 두 인물처럼 살아 있는 사람의 동상을 세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독재자나 하는 짓이다.


반기문 동상, 우상화 6년만에 내려
김종식 전 군수 흉상, 아직 건재해

미국의 일간신문인 워싱턴포스트지 일본 도쿄 지국장인 안나 파이필드 기자는 반기문 총장의 동상에 대해 “반기문 ‘성역화’가 여러 면에서 북한을 연상 시킨다”고 비난했다. 지난 6월께 전원책 변호사도 JTBC ‘썰전’에 출연해 “가디언에서 '유엔을 심각하게 약화시킨 사무총장'이라고 했고, 포린폴리시는 '가장 위험한 한국인'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런 사람이 동상을 세울만한 분이냐"고 비판했다. 국내외에서 이 같은 비판여론이 일자 음성군은 최근 반 총장의 동상을 부랴부랴 철거했다.  반기문 우상화는 그렇게 6년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김종식 군수 흉상은 아직 건재하다. 누구도 살아 있는 사람의 동상을 문제 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김종식 전 완도군수가 광주시 경제부시장으로 내정되자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 등이 “21세기인 오늘, 살아있는 본인의 흉상 제막식에 스스로 참석하여 자신의 얼굴에 금칠을 한 인사”라고 맹비난했을 때도 완도군과 군의회, 그리고 지역사회는 논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꿀 먹은 벙어리 그 자체였다.


청산도는 관광지, 관광객 비웃음
훙상은 블법구조물로 불법행위

김종식 군수의 흉상이 반기문 총장 동상보다 먼저 철거되어야하는 이유가 같은 대선주자가 아니라고 해서 그런 것만 아니다.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청산도의 풍광을 해칠 수 있고, 서편제 촬영 기념공원은 전통적인 초가집과 마당, 돌담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그곳에 현직 군수의 흉상을 세우면 안 된다는 명분 말고도, 애초부터 건립의 절차가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13조를 보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외의 자는 공유재산에 건물, 도랑·교량 등의 구조물과 그 밖의 영구시설물을 축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관리감독청인 완도군에서 오랫동안 묵인했다.
또, 군 도서개발과에서 민원실 개발건축계에 흉상 부지(청산면 당락리 658번지, 약 30m²)와 구판장, 화장실, 홍보관과 함께 2013년 12월 17일 농지전용을 신청하자 나흘 뒤인 20일 허가 승인한 것도 짜여진 각본이라 볼 수 있다.
5개월 동안 불법구조물에 대한 원상복구나 개선명령 조치 한번 안 하다가 군 도서개발과에서 농지전용을 신청하고, 군 개발건축계에서 곧바로 허가한 것은 불법행위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또 다른 불법(편법)이다.

당시 완도군은 “흉상건립이 불법 농지전용이었다”고 시인했지만 “고발이나 고소 등의 원인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즉 문제제기를 하는 상대가 없었기 때문에 불법인데도 아무런 행정 조치를 하지 않고 5개월 동안 묵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관범 의원은 “농지 위에 세워진 흉상건립 자체가 위법행위이고, 농지의 불법전용에 대해 원상복구 등 행정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로 처벌의 대상이다. 또한 이를 묵인하고 행해진 사후 전용신청도 불법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군 개발건축 담당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공공시설이며 공익적 기준에 부합하다고 판단해 허가했으며, 현재는 농지전용 허가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밝히면서도, “사후에 허가 낸 것은 문제가 되며, 일반 주민의 경우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담당공무원의 답변을 종합하면, 김종식 군수가 “흉상 건립을 수차례 거부했으나 주민들이 밀어붙여 어쩌지 못했다.”라는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업적을 기린 흉상 건립에 따른 불법적인 절차를 몰랐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반기문과 김종식, 살아 있는 두 사람의 동상은 단기적인 업적을 바탕으로 세워진 만큼, 우리 어린 아이들이 삶 전체의 과정이 아닌 일시적 성과만으로도 역사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동상 인물의 후속적 삶이 뒤바뀔 경우 가치관이 흔들리게 되고 결국 사회를 향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불법 탈법적 폐단 담은 흉상
후손, 부끄럼 없는 역사 가르쳐야

2016년. 국민의 분노가 담긴 촛불이 활활 타오른 한 해였다. 뜨거운 촛불에 박근혜 정부의 적폐가 만천하에 드러나기도 했다. 필자는 김종식 군수의 흉상을 굳이 우상화라고 보지 않더라도 3선, 12년 동안 쌓여 온 불 탈법적인 폐단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흉상으로 보는 것이다. 폐기처분해야할 적폐덩어리로 규정한 것이다.

역사에 두 가지 부끄러움이 있다. 그 첫 번째는 무엇이 부끄러운 역사인지 모르는 것이고, 둘째는, 잘못된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역사다. 우리는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 서편제의 고장 청산도에 세워진 김종식 흉상, 지금 당장 철거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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