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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이 왜 만병 통치약이었는지를...

[리더스 칼럼]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7.01.13 17:19
  • 수정 2017.01.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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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서 / 완도 출신. 미국 거주

"손가락이 너무 아퍼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으특하지~! 병원에는 가 봤어요?"
"3월에 수술하려고 날짜는 잡았는데..., 진통제를 먹어도 넘 아퍼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어떡하죠?"
함께 성가대를 하는 교회언니의 안타까운 호소였다.
간호사인 나라고 별수 있으랴만은 그녀의 손목을 만져 보았다. 가녀린 손목과 손을 만져보니 탱탱하게 부어있고 뜨끈한 미열이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에서 느껴져 왔다.
"무엇이 그녀를 아프게 하는 걸까?"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리던 나의 손끝은 자연스레 손가락 마디마디를 더듬으며 마사지를 시작하고 있었다. 참 이상하다 나는 그녀가 가진 통증의 원인을 알지 못하는데, 내 손은 그녀를 느껴가며 반응하고 있었다. 한참을 손 끝에서 부터 손 바닥, 그리고 손목까지 마사지를 하고나니 그녀의 손이 서서히 호흡을 시작하고 말을 한다.
"와아... 약손이네요! 우왕~ 대단한 손!!"
"내 손이 약손이라고...?" 의아해하며 내 손을 펴서 다시한번 바라보며 하하 웃었다. 내가 봐도 참 신기하다. 내 손이 어떤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작동하는 마법의 손은 절대로 아니다.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제는 더 이상 이쁘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마르고 거친 손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내 손에게 늘 고맙다고 꼭 안아주고 싶은 안타까운 손 이기도 하다.
일찌기 한가롭게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뽀송하고 이쁘게 살고 싶었던 자그마한 손 이었다. 부모님을 여의고 험한 인생길을 홀로서기하며 아끼지 않고 막무가내로 하녀처럼 부려먹은 내 손은 아무런 불평도 저항도 하지않았다. 길지않은 세월동안 연단되어진 내 손이 때로는 나 보다 앞서 달려가 사랑을 하며 눈물을 나눈다.
"아... 나에게 손을 주신 하나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 손으로 나는 아프고 병든 이들을 어루만져 주었지요. 그들의 신음을, 아픔을 덜어주고 싶어했습니다. 아아... 그 간절한 바램을 손 끝이 느끼고 다가갈 때에 내 손은 진정한 약손이 되었습니다.
또한 사랑하는 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고싶은 소망은 손 끝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딸그락 딸그락 쉴세없이 내 손은 창조적인 사역을 감당하네요. 쌀을 씻고 야채를 다듬고 고기를 자르기도 하며 조물조물 나물을 무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먹는 사람들에게 건강을 선물하고 싶어 하지요.
이제 나는 그림을 그립니다. 어린시절의 제 꿈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는 것 이었습니다. 오랜세월 간호사로 비껴지나간 시간 속에서 내 손은 사랑의 느낌을 배우게 되었네요! 당신을 느끼던 섬세한 촉수로 그림을 그리고 사랑을 그려내고 싶어요!
엄마! 왜... ? 엄마 손이 만병통치 약손이었는지를 이제는 알 수 있어요! 아아... 그것은 터질듯이 간절한 당신의 사랑이었고 그 바램이 손 끝으로 찌르르 전류를 타고 내 몸 속으로 흘러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 애달픈 사랑의 노래를 들었지요!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내 영혼 가득히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아가... 울 아가..., 건강하구 꼬옥 행복해야 해!"
오랜기간 암병동에서 그들을 어루만지던 내 사랑의 약손으로 이제, 그림을 그린다면, 아픈영혼들을 보듬어주는 그런 따뜻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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