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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 알바는 꿈과 사랑을 싣고

[세상을 만드는 손]스무살 청년 안철진 씨

  • 박주성 기자 pressmania@naver.com
  • 입력 2017.01.13 17:33
  • 수정 2017.01.1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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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초 이맘때면 고금도 항동리는 매생이 천지다. 그날도 완도에서 매생이가 많이 난다는 고금도 항동리 선창가는 매생이 훌터내는 작업을 하는 일손이 분주했다. 길고 가느다란 대나무 장대에 걸린 초록빛 건강을 뜯어내느라 모두들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철 생산되는 특산물이라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가 여간 쉽지 않은 게 매생이다. 그러다보니 생산어민 입장에선 풍년이라 할라치면 매번 가격폭락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이맛살을 찌푸리기 한두해가 아니었다. 올해는 좀 다를라나?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올해 매생이 가격은 좀 괜찮다요?” “가격은 3,500원대인디 작황이 밸로요야” 매생이 가격이 3,500원이면 그래도 괜찮은 가격인데, 생각만큼 매생이가 잘 자라지 않은 모양이다. 생산어민들 입장에선 풍년에도 가격이 좋아 큰몫 잡아보는게 그래도 한결같은 마음 아니겠는가.

주인과 몇마디 대화를 나누고 옆작업장으로 방향을 틀 찰나, 노동인력이 나이든 어르신네들이 대다수인 시골 선창가에 풋풋한 청년들이 무리를 지어 매생이를 훌터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뭔일이다냐? 툭툭 몇마디씩 던져보니 돌아오는건 이유없는 반항. 그래도 끈질긴 질문에 정체가 밝혀진다. 바로 얼마전 수능을 보고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는 완도 읍내가 고향인 예비 대학생 새내기들. 그중 말끔하게 생긴 녀석이 열심히 매생이를 훌터내고 있길래 “요녀석이구나”싶어 집중적으로 질문을 하니 이야기를 조금씩 털어놓는다.

이름은 안철진, 나이는 스물이다. 완도고등학교 출신으로 순천향대 스포츠의학과에 떡허니 붙고 이날까지 친구들과 매생이 아르바이트 3일째였다. 12월31일 밤 1월 1일이 되기 5분 전까지만해도 스무살이 된다는 것에 설렜단다. 그런데 막상 “땡”하고 스무살이 되니 아무 느낌이 없었다고. 문득 “그때라서 생기는 열병인줄 알려면 한참 더 사회생활을 해봐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스치고 풋풋함이 묻어났다. 다들 그런 때를 거쳐 왔으니까.

설날 전날까지 함께 아르바이트 하는 친구 8명이 빡씨게 벌어서 이제까지 좁은 학교 문턱과 완도대교를 넘어 대학 입학 전까지 일본 등으로 여행을 가 훨훨 날고 싶은 목표가 분명했다. 그 심정이 그냥 아우라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래 그맘때는 철근이라도 씹어 먹어야지, 그런 가능성으로 사는 나이, 이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니까!

안철진(20) / 순천향대 스포츠의학과 입학 예정

 마지막으로 대학가면 뭐하고 싶냐고 하니, 뭐니뭐니 해도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감은 여자 친구가 생기는 거란다. 반반한 얼굴에 모태솔로로 20년째 여자친구가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래 기성세대는 경험에서 나온 두려움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하지만, 너희들의 새로움이란 두려움을 넘어서 못할게 없다. 그래 철진아! 인생 뭐 있다냐.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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