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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 열살에 때 천애고아라

[문학의 향기]19세 소녀와 77세 대감의 사랑 1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17.05.12 16:26
  • 수정 2017.05.1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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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기생. 그들은 단지 술과 몸을 파는 여자가 아니었다. 멸시와 천대를 받는 계층이었지만 예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주체적 인간임을 주장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그들은 시(詩)·서(書)·화(畵)에 능할 뿐만 아니라 때론 사랑과 지조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했으니, 풍류를 아는 선비들로부터 해어화(解語花·말을 알아 듣는 꽃)로 불렸고, 그들 스스로도 한 송이 꽃으로 온 산을 감쌀 향기를 가졌으며 캄캄한 밤에도 주마등같이 빛깔 고운 기생이 되고자 애썼다.
평안도 성천에서 가난한 선비의 외동딸로 태어난 부용.
4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글을 배우며 어린 나이 시재(詩才)를 떨치게 되는데, 헌데 이를 어째! 그만 10살의 나이에 양친을 모두 여의고 천애고아라! 결국 어느 늙은 기생의 수양딸이 되면서 기적에 오르는 기구한 운명을 만났다.
오! 달처럼 날씬한 자태에 꽃같이 어여쁜 얼굴이라! 들이내쉬는 숨소리 하나, 우아한 음율이 따로 없구나! 예쁜 목소리에 고아한 목선하며 촤르르 굴러가는 눈망울은 얼마나 반짝거리던가!
아! 천하에 미인도 이런 미인이 또 있을까?
화용월태의 미인이 타고난 재주하며 가무음률에 게다가 시문에까지 두루 능통하니 부용은 곧, 성천의 명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녀가 죽기보다 싫어한 것은 성천에 부임하는 사또마다 요구하는 수청이었으니...
어느 해, 호걸을 자처하던 사또가 부임해 부용에게 수없이 수청들기를 청했지만 그녀! 대대하기가 이를데 없자, 한 가지 꾀를 내게 되는데...
“부용아! 우리 성천 명물 중 이곳 4절정을 두고 시담이나 한 번 펼쳐 보자꾸나!”
“네가 오늘 사절정(산과 바람, 물과 달구경이 좋은 곳)을 두고 시를 지어 내가 댓구를 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수청들기를 원하지 않으리. 자, 어떠냐?”
그녀에게 시를 지어보라 재촉하자, 부용!“사또, 제가 어찌 사또의 시문을 따르리까?”“저는 못합니다! 할 수 없답니다”“어헝, 더 이상 빼지 말고 얼롱 시 한 수 읊어 보래두!”부용은 사또의 수작이 가당찮았지만 재삼재사 요구하자 못 이기는 척 붓을 들어 소매자라에 유려한 바람이 일듯 일필휘지!
아, 정자 이름이 어이해 사절이던가! 사절보다는 오절이 마땅한 것을... 산과 바람, 물과 달이 어울린 사절정에 절세가인까지 더했으니 오절정이란 말이 더 어울리지 않겠는가!
사또의 오만한 생각에 스스로 절세가인이란 오만함으로 쳐 버렸으니, 아! 사또의 기세는 연기처럼 날아가 버리고 그녀의 오만은 사또를 놀려주고도 남았는데...(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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