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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마음을 덮히는 일이다

[완도의 자생 식물] 30. 송악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18.01.07 16:54
  • 수정 2018.01.0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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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가 있는 곳이면 송악이 있다. 태곳적부터 송악은 그런 운명인 줄 모른다. 서로를 알아볼 수 없는 운명 말이다. 우리는 고상한 미래를 꿈꾸면서 불안해한다.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에 대한 운명을 확신할 수 없다. 온전한 사랑을 나눌 시간적 한계가 공간적 한계도 가져온다. 몇 사람들만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깨달아야 할 운명에 처한다.

사시사철 변함이 없는 사철나무도 계절에 따라 많이 바뀐다. 바람과 물 그리고 햇빛의 양에 따라 그 모습들이 다르다. 미미하게 스쳐지나가는 자연 속에서 사랑과 복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가야 당연한 의무인 줄도. 나무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그래서 바람과 새들로 통해 서식지를 옮긴다. 하나의 작은 씨앗이 바위의 이불이 되고 나무를 입히는 옷이 된다. 최소한의 시공간에서 가슴 부풀어 오름을 느끼고 그대의 눈빛에서 흡족했던 기쁨들은 불안한 운명 속에서 파도를 가르는 흰 돛단배였다. 순간 희열을 느꼈던 곳은 대단한 것도 아니다. 가장 가깝게 있으면서 대수롭지 않은 곳이다. 송악은 대부분 숲속에서 자라지만 바닷바람을 마주하는 담장에 흔히 심기도 한다. 오래 두면 굵기가 10여 센티미터에 이르러 튼튼히 담을 감싸게 되므로 강풍에 담이 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맛은 쓰고 성질은 서늘하다. 잎과 줄기, 열매를 모두 약으로 쓸 수 있다. 거풍, 소종, 풍습성 관절염, 안면신경마비, 현증, 간염, 황달, 종기, 요통, 고혈압, 피부 재생 촉진, 소염작용을 한다고 한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운명은 순간순간 스스로 변했다. 불안한 운명 속에서 아름다운 꿈과 예지를 키워왔다. 한 번도 마음을 다 준 적이 없었는데 쌓이고 쌓이다 보니 그대에게 다 주고 말았다.

송악은 무엇을 움켜잡고 있는가. 오롯이 자기만의 마음을 안고 있다. 그래야 그대에 대한 신뢰와 기쁨이 스며드는 것이다. 먼지 한 톨이라도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씨앗을 기르는 터가 될 수 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사랑 덩어리이다. 서로 상대적인 마음을 갖고 있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기 하다. 송악은 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야생화다. 이 추운 겨울날 희망의 잎을 보는 것도 마음을 덥히는 일이다. 그리움이 많은 사람은 과거의 향수가 아니다. 미래의 그리움도 아니다. 현재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다. 운명에 대한 이해는 아직 물설다. 그러나 사랑과 기쁨을 위해 항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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