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사랑한다는 것은

[에세이-詩를 말하다]김인석 / 시인. 완도 약산 넙고리 출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8.02.13 14:15
  • 수정 2018.02.13 14:38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행복> 전문 

 

김인석 / 약산 넙고리 출신

새해에는 많은 사람들이 언짢은 일들은 털어버리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다짐을 한다. 특히 젊은이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물질적인 부를 취하는 것이 좋은 직장일 게고, 맘에 드는 색시와 결혼을 해서 아들 딸 낳고 알콩달콩 사는 것이 꿈일 것이다. 또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어떻게 하면 신년에는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한 해를 지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생에 있어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아마 평생 동안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누구나 말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반문해 본다면,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행복의 순간은 참으로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사랑하는 날만큼은 행복해할 것이다. 물론 행복하다고 해서 고통이 따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깊이만큼 아픔이 따르기 때문이다.

유치환 시인의 <그리움Ⅱ>을 보면 알 수 있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임은 뭍같이 가딱 않는데/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날 어쩌란 말이냐”. 이영도 시인의 뭍같이 가딱 않는 마음을 얻기 위한 청마의 고통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행복한 마음도 함께 지니고 있지 않았겠는가. 당시 처자가 있던 유치환 시인에게 이영도 시조 시인은 쉽게 마음을 줄 수 없었겠지만 그 깊은 속마음까지 모른 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마 사후 5천여 통의 연서 중에 일부는 잃고 남은 편지 중에서 200여 편을 골라 시조 시인 이영도님이 발간한 청마의 서한집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을 발간했다는 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는 청마를 참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김인석 시인의 사랑의 대한 <그리움>이란 작품을 보자. “그리움은//간절한 것이어서, 간절한 것이어서//속이 타는 것이 아니라//육신이 장작불에 타는 것이다”라고 조용히 말하고 있다. 몇 어절이 되지 않는 이 짧은 詩에서 사랑이라는 것이 그리움이라는 것이 행복이면서도 고통이라는 것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우리는 유치환 시인과 이영도 시조 시인이 없었다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리움Ⅱ>나 <행복>이라는 명시를 접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두 분의 시인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결국 행복은 마음에 달려 있다. 하고 싶은 일도, 사랑하는 마음도 모두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행복은 그런 것이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