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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도 명상길 걸어보니, 절경도 그런 절경이 없더라

[독자 기고] 이승창 독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7.15 16:13
  • 수정 2019.08.0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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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곳곳에 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고산 윤선도 선생의 문학적 숨결이 깃들어 있는 보길도에 오랫동안 감추어져 있었던 옛길이 정비를 끝내고 ‘윤선도 명상길’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열렸다.

찻길이 생기기 전에는 예송리와 보옥리를 오가는 가장 가까운 지름길로 주민들의 삶의 애환이 짙게 서려 있는 길인데, 찻길이 생긴 뒤로는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있었다. 윤선도 선생이 거닐었던 부용동 원림의 옛길을 복원해서 관광객들이 그의 발자취를 따라 거닐면서 삶의 지친 피로를 치유하고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편의시설과 안전시설 등을 설치하고 정비하는 등 쾌적한 탐방 환경을 조성한 ‘윤선도 명상길’이 지난 15일에 개통한 후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다.

이 길은 오래 전부터 걸어보고 싶었던 길이다. 험난하지만 이 구간은 보길도의 어느 해안보다 경치가 아름다운 해안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옛길의 일부가 끊겨있었고 해안쪽으로 경사가 심한 낭떠러지 구간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사고위험이 높아 일반인들의 통행이 제한되어 있었다.  

개통한지 일주일 후인 지난 주말에 이 길을 걷기 위해 아침 일찍 보길도행 철부선에 몸을 실었다. 동천항에서 버스와 승용차를 갈아타고 보옥리 마을의 공룡알해변 입구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하여 큰구미 해변에 들렀다가 예송리 바닷가로 약 7㎞ 거리를 네 시간 가량 넘어왔다.

*이정표에는 5.2㎞라고 되어 있으나 실제 측정결과와 차이가 있어 정밀한 거리측정이 필요해 보인다.

걷는 동안 하늘을 가릴만큼 우거진 숲길과 확 트인 옥빛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들은 탄성이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번갈아가며 이어져 롤러코스트를 타는 스릴을 맛볼 수 있었고, 절벽 위의 전망데크와 바위에 서서 바라보는 해무에 가려진 속살을 살포시 드러내는 당사도와 복생도 등 수석인양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섬들을 보는 즐거움은 필설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절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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