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기억이 있잖아! 어릴 적 아버지가 술한 되 받아 오너라! 그러면 신작로를 추적추적 걸어 가 주조장에 이르러 소주 됫병에 하얀 막걸리를 가득 담아 신문지를 둘둘 말아서 병마개로 막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이 술맛이 무엇이길래? 하는 호기심.
대개의 중년 남자들의 첫 술잔이란 아버지의 심부름을 갔다오다 몰래 맛 본 이 맛일 것이다. 술심부름이 잦아들 때마다 점점 술량 또한 늘어나 결국엔 반 되는 내가 먹고 나머지는 맹물을 부어다 드리면 아버지는 용케도 물을 탄 술인지 알았을만큼 이 농주만큼은 도통하셨던 주성(酒聖)이시다.
소랑도 막걸리 집에선 산해진미가 막걸리 맛을 따라오지 못해 그야말로 부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