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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드립니다

[에세이-작은도서관 편지] 이선화 / 넙도행복작은도서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19.08.02 11:49
  • 수정 2019.08.0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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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 넙도행복작은도서관

넙도 행복 작은 도서관 1층에는 장난감과 어린이 도서가 있다. 

그러니까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책처럼 집으로 가져가서 놀 수도 있다. 처음 도서관이 개관을 하고 넙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장난감의 포장도 뜯지 못하고 빌려 가는 것도 눈으로 만 보고 빌려가고 싶어도 부서지거나 잃어버릴까봐 잘 놀지 못 하였으나 지금은 장난감도 빌려가고 잘 가지고 놀기도 한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쉽게 올 수 있도록 잘 꼬셔야 한다는 넙도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말씀처럼 잘 꼬시고 있는 중이다. 

“선생님 여기있던 브레드 하우스 어디있어요.” “ 아랑아 텐트 안에서 놀고 싶은 거니.” “네, 텐트 어디갔어요.” “너희들이 잘 놀지 않는 것 같아서 창고에 넣어 두었는데 여름방학에 꺼내어줄게요. 너희들이 잘 정리한다면 말이야”

아랑이와 지원이는 장난감이 진열된 곳 맨 아래 구석진 곳에서 잘 보이지 않는 미미 인형 놀이를 꺼내어 가지고 논다. 의자와 장난감을 겹쳐서 비밀기지를 만들고 엄마 놀이 아빠 놀이를 한다 “여보! 그렇게하면 어떡해! 그럼 이혼해요.”

“야, 그런말 하면 어떡해.” “어떠냐 우리 아빤 핸드폰도 집어 던지는걸.” 아이들이 하는 소리에 귀가 기울여 진다. 아이들은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이야기를 소꿉놀이를 통해 쏟아낸다. 뭐라고 말은 못하고 마음이 아프다. 아랑이의 엄마는 필리핀 결혼 이주 여성이다.  두 명의 딸이 있었느데 이혼하면서 한 명은 필리핀에 데리고 가고 아랑이는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빠가 맛있는 고기반찬도 해주고 옷도 사주고 학교숙제도 도와준다. 아랑이는 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은 심심하여 동네를 어슬렁거리거나 친구 집에서 놀기도 하고 친구 엄마가 해주는 떡볶이를 먹기도 한다. 

아랑이에게 도서관은 아무도 놀아주는 사람이 없을 때나 배가 고플 때나 배가 고프지 않을 때나 학교숙제를 해야 할 때나 하지 않아야 할 때나 언제나 오고 싶을 때 도서관에 온다. 

가지고 싶은 짱구 스티커를 받기 위해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도서관에 먹고 싶은 핫도그를 사주라고 하고 가끔은 선물로 슬라임을 주라고 하지만 그래서 도서관에 오는 것만은 아니다. 도서관에 오는 아랑이와 나는 아직도 타협 중이다. 

책을 읽으면 만화 캐릭터 스티커를 주기로 했는데 처음 약속한 한 장을 주겠다고 하는 나와 두세 장을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아랑이가 마음 겨루기를 한다. 결국 다음날 와서 책을 읽으면 또 스티커를 주겠다며 타협한다. 

중학생 오빠들이 초등학생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시간에도 아랑이는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절대로 지지않는 씩씩한 초등학교 2학년이다. 오늘은 도서관 문을 열자 마자 “소연이 왔어요?” “아랑이 왔구나! 소연이는 아직 안 왔어요.” “ 그럼 제가 소연이 데리고 올게요.” 하며 소연이 집으로 뛰어간다. 잠시 후 소연이와 도서관에 오더니 학교숙제를 해야 한다며 책을 읽는다. 

아직 한글을 잘 읽지 못하면서 친구에게 더듬거리며 동화책을 읽어준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동화책을 한 권 다 읽고 나서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장난감을 정리한다. 선물을 주겠다고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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