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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겨울을 견디는 내면의 사랑[완도의 자생식물] 126. 곰보배추
완도신문 | 승인 2019.12.13 15:40

우리들 곁에 우리들의 물, 우리 집 하늘 아래 우리 풀꽃들에게 마음에 닿으면 우리 동네 꽃내음이 맑게 흐르더라. 이제 멀지 않아 등을 펴고 우리 땅에서 가난한 풀꽃들이 잠들지 않은 소쩍새에서 서럽게 피어나니 우리 언제 싸웠냐 하며 고운 빰에 봄비 내리는 날에 진달래 보고 철쭉꽃도 보자구나.

화사한 햇살 아래 봄바람 푸른 들녘에서 아직도 납작하게 들어 누어 평등한 햇빛과 달빛만 드리우는 이름 없는 들꽃을 보자. 여전히 푸르게 마음 낮추고 길 한가운데 잠들지 않은 풀꽃을 쓰다듬는 초록별의 눈물을 보자. 죽어도 사랑하라. 사랑하다 죽어라. 하나의 믿음에서도 삶은 여전히 쓸쓸하다. 밤새도록 온 몸으로 사랑의 계명을 읊조려도 슬픈 마음이 전혀 수그러들지 않은 길은 아직도 황량하다. 

겨울 내내 푸른 기다림으로 길 한운데서 곰보배추가 펼쳐있다. 이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여러 잎으로 새끼를 치면서 꽃대가 올라온다. 꿀풀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로 한자로는 설견초(雪見草), 청와초(靑蛙草), 과동청(過冬靑), 천명정(天明精) 등으로도 불린다. 키는 15-90센티미터쯤 자라고 잔가지가 많이 난다. 6월 무렵에 연한 보라색의 자잘한 꽃이 가지 끝에 흩어져서 피며 7월에 자잘한 씨앗으로 익는다. 뿌리는 배추뿌리를 닮았으나 잔뿌리가 많으며 전초에서 비릿한 냄새가 난다. 겨울철에 잎이 바닥에 붙어 퍼져 있는 모양이 배추를 닮았으나 배추보다 훨씬 작고 잎이 주름진 모양이 곰보 모양이라고 해서 곰보배추라고 부르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곰보배추는 모든 종류의 기침에 특효가 있다. 이것을 계절에 상관없이 아무 때나 한 광주리쯤 뿌리째 뽑아 푹 달여 그 달인 물로 막걸리를 담가서 먹으면 된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노력해도 돈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회가 우리 곁에 와있다. 돈이 없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없으면 실력을 올릴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야생화 곰보배추보다 못하는 사회가 오고 있다. 특권을 위한 법과 제도라면 계절에 따라 삶의 평등을 지닌 야생화보다 못하다. 가난한 계절에도 촉촉한 땅과 공기만 있으면 향기 나는 세상을 만든 곰보배추에 눈길이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진 세월에도 견뎌내는 힘은 그 속에 사랑과 인정이 있기 때문이다. 

우린 전통적으로 제도화 되지 않았지만 다 함께 같이 가는 길을 원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측은지심’이다. 이제 제도화 하겠다고 하니 난리 법석이다. 

남 보기에 겉치레 하는 세상은 떠나라. 곰보배추처럼 내실이 중요하다. 가장 가까운 내 마음과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은 가장 즐거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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