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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책(1) - 다신전과 동다송 이야기!

[완도차밭 청해진다원의 茶 文化 산책 - 124] 김덕찬 / 원불교 청해진다원 교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8.14 15:22
  • 수정 2020.08.1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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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차 관련 책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차 관련 다양한 분야와 많은 종류의 책들이 있다. 필자의 개인 소장본만 해도 약900여권이다. 그러나 이것도 적은 양이다. 약15년전쯤,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차 교육을 공식적으로 처음 시작하신, 이제는 고인이신 아인 박종환 선생님의 차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말차(가루녹차)도 손수 내어 주셨고, 많은 말씀을 받든 적이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10m가 더되는 넓은 차실의 한쪽 벽면이 온통 차 책이었다는 것이다. 지구촌의 차책은 다 있는 듯 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역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 서적은 우리나라 차의 중흥조이자 차의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조선 후기의 초의선사(1786-1866)가 직접 쓴 『다신전(茶神傳)』과 『동다송(東茶頌)』이다.

『다신전』은 차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종합백과사전이라고 보면 된다. 즉 백과사전격인 청나라 모환문(毛煥文)이 엮은 『만보전서(萬寶全書)』에 실린 「다경채요(茶經採要)」에서 초록한 것이다. 내용은 찻 일의 전반적인 분야를 22개로 구분하였다. 1830년(순조30년)에 쓴 발문에 의하면, 당시의 총림에 조주차(趙州茶)를 알려고 하여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초한다. 1828년에 지리산 칠불암에서 초록하였는데, 병 때문에 정서(正書)하지 못하고 있다가 제자인 수홍(修洪)이 다도를 알고자 하므로 비로소 정서하였다 한다. 즉 『다신전』은 과거의 차서적을 바탕으로 차의 전 분야를 체계적으로 초록 정리하였으므로, 차를 공부하고자 하는 학인이라면 누구나 공부해야 할 가장 기본서 중 하나인 것이다.

또한 『동다송』은 1837년(헌종 3)에 저술한 것으로서, 차의 기원과 효능, 제다법(製茶法), 우리나라 차의 우월성 등을 시로 읊은 것이다. 『동다송』에서 동(東)자는 우리나라를 상징한다. 즉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우리차의 우수성을 노래로 엮은 것이다. 이를 통해서 조선 후기에 우리나라의 다풍이 유지되고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다인이자 선사였던 초의에게 있어서 다도의 실행은 곧 선수행(茶禪一味)의 실천이자 선수행의 완성이었기에, 『다신전』과 『동다송』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선차(禪茶)를 보여주는 중요한 가치와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꼭 숙독하시어 선사의 본의와 함께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와 차문화의 정수를 음미해 보시길 권해 드린다.

참고로, 『다신전』의 내용인 22절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찻잎의 채취[채다, 採茶], 차를 만드는 법[조다, 造茶], 차의 품질식별[변다, 辨茶], 차를 보관하는 법[장다, 藏茶], 불 가늠[화후, 火候], 끓는 물을 식별하는 법[탕변, 湯辨], 차를 내는데 쓰는 여린 차와 쇠어버린 차[탕용노눈, 湯用老嫩], 물 끓이는 법[포법, 泡法], 다관에 찻잎을 넣는 법[투다, 投茶], 찻 자리의 분위기(아취, 雅趣), 혹은, 차 마시는 법[음다, 飮茶], 차의 향[香], 차의 빛깔[色], 차의 맛[味], 오염되면 차의 참됨을 잃는다[점염실진, 點染失眞], 변질된 차는 마시지 말라[다변불가용, 茶變不可用], 찻 물(천수, 泉水)의 등급[품천, 品泉], 우물물은 차 끓이는데 적절치 않다[정수불의차, 井水不宜茶], 물을 받아놓는 것[저수, 貯水], 차 도구[다구, 茶具], 찻잔[茶盞], 찻잔을 닦는 헝겊, 차의 위생관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이와 같이 찻 일의 전반에 대하여 모두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차인이라면 반드시 숙독하지 않으면 않되는 것이다. 단순히 초록에 그치지 않고, 초의선사의 차에 대한 사상과 정신이 오롯하게 기록되어 있어, 중국의 다성으로 추앙받는 당나라의 육우가 쓴 『다경(茶經)』과 함께 우리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차의 서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초의가 남긴 차 시(茶詩) 29수는 그의 저서인 『일지암시고(一枝庵詩藁)』 등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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