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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의 풍경소리

[에세이] 배선희 / 여행작가 겸 시인(완도명예군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0.09.11 10:25
  • 수정 2020.09.18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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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전주에 사시는 지인이 나의 작업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녀는 나에게 풍경소리를 들으라며, 이것을 선물하였다. 아침, 저녁 내가 주방에서 일을 할 때면 내 머리 위에서 땡그랑 소리를 울렸다. 나를 깨우는 자성의 소리였다. 내가 존재하고 있슴을 나에게 알려 주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사람들과의 정도 비대면으로 나누고 소통해야 하는 시기,나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내 머리 위에서 "땡그랑" 소리가 날 때마다 내가 지금 움직이고 있구나! 그래 "살아 있어"라고 환희의 소리를 듣는다. 내 존재가 미미한 지금 마스크를 끼고 내 소리를 줄이고, 내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확인하기 좋 은 시간, 그렇게 많던 전화 "밥 한번 먹자!" 라던 소리도 옛 이야기가 되었다.

지금 내가 살아 있슴을 알려주는 풍경소리, 나에게 나를 일깨워주는 자성의 풍경소리가 나에게 가장 친근한 벗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국민들이 거리두기, 비대면 활동, 집콕으로 삶의 환경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일생 여행자로 살고 싶어했던 나는 지난 수십년을 늘 시간을 쪼개어 여행길에 서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그야말로 그 여행길도 막히고, 내 발목도 꽉 잡혔다. 모두가 나를 걱정해 주었다. 어쩌나, ‘발길 이 잡혀서’라고! 하지만, 때론 방콕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는걸 생애 처음 느끼게 되었다. ‘코로나19가 나에게 준 휴가’랄까.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는 코로나19로 귀한 것을 많이 얻었다. 뜰에 화초 가꾸기로 돌봐주어야 할 많은 생명체 도 생기고 내 주변에 진정 나랑 함께 할 벗들이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 고, 내가 걸어온 길도 되돌아보고 또 앞으로 내가 걸어갈 길도 디자인 해보는 귀한 시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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