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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사이, 붉은열정으로 간절하게 애절하게 절실하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1.04.16 09:24
  • 수정 2021.04.1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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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녘 붉은 마음이 떨어진다 해도 내 옆에 한사람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가슴이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겠지.
그 사람이 한 번쯤은 나를 생각한 적이 있었겠지. 어느 날 갑자기 붉은 꽃이 내게로 오고 그 사람이 내안에 문득 들어와 있었지.


뒤 모습이 쓸쓸한 사람. 옆이 더 따뜻한 사람. 그러므로 앞에서는 눈물 훔친 그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 영산홍 꽃잎이 짙다 해도 그 속은 얼마나 깊이가 있는가. 내 옆에서 아주 투명한 꽃이 되어 조용한 친구가 되어준 사람. 인생은 늘 지나가지만 늘 쌓이는 그 무엇이 있었지.
가장 가깝게 있어도 기다림은 늘 쌓여만 간다. 사람의 키만큼 자라 붉은 마음이 된다. 파란 하늘 가운데에 수줍은 얼굴.


오늘 살아있음이 당연한 이유이다. 한 가지에 다섯 개 꽃이 핀다. 어느 방향에서 그리운 얼굴이 떠오르게 하면서 슬픈 얼굴이다. 서양에서 7음계를 쓴다. 여기서 반음 두 개를 빼면 팬타토닉인데 동양의 음계처럼 슬픈 곡조가 된다.
너무 서러워서 아름다운 노래가 된 영산홍은 삽목으로 모종을 내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한다. 200개 삽목 해야 겨우 두 그루만 살린다고 한다. 흔히 보이는 영산홍 같은 철쭉은 꽃잎들이 한꺼번에 하나로 몽쳐있다. 물론 흔히 보이는 영산홍은 삽목하면 거의 산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영산홍은 생명이 여리다. 눈물이 많다는 뜻이다. 어느 가지에서나 다섯 송이 너무 슬픈 노래로 피어있는 사람. 같은 하늘 아래 살아도 슬픔이 많은 사람은 왠지 정이 많이 간다. 생명이 어렵게 왔으니 눈물주머니를 많이 달고 왔을 것이다.
오늘 꽃이 피어있는 나무를 보면 그와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만큼 상상하는 여백이 넓다. 꽃과 나무와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얼마나 사무침이 생겼음은 아무도 없는 공간에도 꽃그늘로 채워졌을까. 누구를 사랑하더라도 여백이 없는 사랑은 너무 조급하다. 꽃잎 사이사이 하늘이 채워지고 그리운 얼굴이 대신 그곳에 있으면 아름다운 꽃이 된다.


영산홍 붉은 마음이 이따금 이어지는 여백에 나는 그곳에 새로운 길을 만든다.

아니, 글을 새롭게 쓴다는 말이 맞겠다.
영산홍 다섯 송이와 그 사이에서 무심이 흘러가는 강물을 보왔다. 사랑과 사람 그 사이에서 무한히 생각이 깊어진다. 여기에서 그냥 지나쳐야 일들이 너무 많다. 그 귀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무심히 지나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4월의 영산홍 마음이 너무 굵다. 붉은 마음이 뚝뚝 떨어져 온 대지가 붉다 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영산홍 가지 사이에 아름다운 향기를 채우자. 얼마나 붉었기에 그 여백마저 붉어졌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붉은 열정으로 간절하게, 애절하게, 절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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